뉴스데스크권기만

풍력 발전기가 날린 '얼음 포탄'에‥비닐하우스 '뻥'

입력 | 2021-11-10 20:33   수정 | 2021-11-1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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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40미터 높이의 풍력 발전기 날개에서 얼음이 떨어진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겨울이면 손바닥 만한 얼음이 마치 포탄처럼 떨어져셔 비닐 하우스를 덮치고 있는데요.

농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권기만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하얀 겨울을 맞은 강원도 평창군 청옥산 육백 마지기.

해발 1,256m 산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고 있습니다.

풍력발전기에서 불과 10~2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비닐하우스를 가봤습니다.

추위를 막기 위해 농업용 비닐과 부직포로 이중 삼중으로 덮은 천장이 포탄을 맞은 듯 구멍이 뚫려 너덜너덜합니다.

피해가 심한 비닐하우스는 10곳이 넘게 구멍이 뚫렸고, 뚫린 구멍을 통해 눈이 소복이 쌓이기도 합니다.

주범은 다름 아닌 풍력발전기.

발전기 날개에 붙어 있던 얼음이 수십 m 아래로 떨어지면서 비닐하우스 천장을 뚫은 겁니다.

손바닥 크기부터, 축구공만 한 얼음이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이해극/강원 평창군 미탄면]
″벼락 치는 소리가 나가지고… 와보니까 요강 덩어리 만한 게… 이게 직조 부직포거든요, 엄청 질긴 건데, 그걸 뚫고 들어와가지고…″

실제 취재 중 얼음이 떨어지는 상황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습니다.

″(쿵).. 소리가 들렸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피해가 매년 겨울마다 반복되고 있는데도 예방을 위한 대책은 없다는 점입니다.

비닐이 찢어지면서 난방 효과가 떨어져 겨울 농사를 아예 망친 게 한 두 해가 아닐뿐더러, 사람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도 걱정입니다.

하지만 풍력발전업체는 찢어진 비닐만 교체해줄 뿐, 다른 대책은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심하라며 안전모를 지급해 농가들의 원성만 더 키웠습니다.

[차재호/평창군 미탄면]
″6, 7년째 계속 반복되는데, 이분들이 이렇게 여기서 시끄럽게 하고 피해를 주면서 돈을 벌면서, 우리는 죽으라 하면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청옥산 정상은 최근 차박, 캠핑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겨울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명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대책 마련에 손을 놓으면서, 주민은 물론 관광객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권기만입니다.

영상취재: 차민수 / 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