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세로

갑자기 떨어진 예산에‥멀쩡한 전자칠판 바꾸는 학교들

입력 | 2021-11-30 20:15   수정 | 2021-11-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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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초 중 고등학교들은 갑자기 돈이 너무 많아져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해 걷은 세금의 20%를 교육에 쓰라고 법으로 정해놨는데, 올해 세금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걷히면서 갑자기 10조 원이 더 생긴 건데요.

학교들마다 이렇게 멀쩡한 전자 칠판을 교체하거나, 남아도는 방역 물품을 사들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김세로 기자의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초등학교.

지난 9월과 10월 갑자기 시교육청에서 8천만 원의 추가 예산이 나왔습니다.

1년 예산이 4억 원이니까, 갑자기 생긴 돈 치고 큰돈입니다.

연말까지 두 달 안에 다 써야 합니다.

[초등학교 교직원]
″예산 다 잡아놓고 연말까지 다 쓸 수 있도록 편성을 해놨는데, 신청도 안 했는데 그냥 내려주는 거예요.″

아이들 체력단련 비용 1백만 원, 교사 연수비 2백만 원, 코로나로 벌어진 학습격차를 줄이는 예산 1,900만 원.

그리고 ′교육회복 자율사업′이라는 정체불명의 돈도 3,800만 원이나 됩니다.///

[초등학교 교직원]
″이거는 목적이 따로 없어요. 그냥 학교 전체 연간 예산에서 플러스해서 더 자유롭게 쓰라 이거예요. 오죽하면 사담으로 ′한 돈 1천만 원 선납 안 되냐, 전기 요금?′ 그럴 정도로.″

서울의 중학교들은 요즘 전자칠판 교체 사업이 논란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중학교 4백 곳의 1학년 전자칠판을 교체하라고 287억 원을 내려보냈습니다.

심지어 새로 개교한 학교에도, 바꾼 지 6개월도 안 된 학교에도 돈이 내려왔습니다.

[전형준/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조 위원장]
″올해 5월에 이미 미래교육 환경을 구축해 놓은 학교가 있어요. 그 학교는 한 5천만 원 들여서 달아놓은 걸 다 뜯어야 되는.″

이런 일이 생긴 건, 올해 세수 예측이 실패해,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청에 보내주라고 법으로 정해놨습니다.

1971년에 처음 도입했는데, 나라에 돈이 아무리 부족해도 교육만큼은 돈을 쓰라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올해 특수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세금이 예측보다 31조 원이나 더 걷히면서, 9월에 갑자기 6조 원이 지방교육예산에 더 배정된 겁니다.

이러니 각 시·도 교육청마다 계획에도 없던 돈 때문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대전시 초등학교 교직원]
″아예 예산과를 찾아가서 ′강제로 집행 못하는 학교도 있다. 어렵다′, ′1천만 원 내려보냈을 때 다 못 쓴다고 하면 반납 그대로 받아라′ 그렇게들 많이 줄여놨어요.″

이미 더 걷힌 세금 31조 원 말고도, 올해 말까지 예상을 초과해 더 걷히는 세금은 19조 원이 더 있습니다.

법에 따라 20%를 교부해야 하니까, 계획에 없던 지방교육재정에 4조 원이 또 내려갈 예정입니다.

MBC뉴스 김세로 입니다.

영상 취재: 한재훈/영상 편집: 유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