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윤미

[집중취재M] 남아도는 공짜 탄소 배출권‥포스코와 삼성은 오히려 배출권 팔아 돈 남겼다!

입력 | 2021-12-15 20:18   수정 | 2021-12-1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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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국내 기업이 탄소 감축에 소극적인 이유는 탄소를 굳이 줄일 의무가 없는 겁니다.

정부가 큰 기업에 ′탄소 배출권′을 공짜로 제공하는데 이걸 쓰고도 남는 겁니다.

김윤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삼성물산이 강릉에 짓고 있는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

원전 2기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 발전소가 삼성물산 실적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3분기에만 손실 2천억원이 났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퇴출 위기에 몰리면서, 공사비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병화/유진투자증권 그린산업 애널리스트]
″마지막 석탄 발전소일거니까 거기에 있는 수많은 기자재 회사들이 비용을 아주 타이트하게…자기들이 손해를 안 봐야 하잖아요.″

삼성물산, 포스코, SK, 중부발전이 짓고 있거나 완공된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7개.

완공이 되더라도, 탄소 배출 때문에 제대로 가동할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거대한 고철덩어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온실가스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배출합니다.

1위 포스코, 2위 현대차, 3위 SK, 4위 GS, 5위 삼성.

10개 대기업집단과 한국전력을 합하면 전체의 64%를 내뿜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대기업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위기감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2015년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정부가 각 기업들마다 미리 온실가스 배출권을 공짜로 나눠주고, 그만큼만 배출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하면, 돈을 들여 배출권을 더 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제도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국내 1위 탄소배출 기업 포스코.

포스코는 배출권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포스코가 잘 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정부가 포스코에 3억8,300만톤이나 되는 공짜 배출권을 넉넉하게 줬기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오히려 남은 배출권을 팔아 작년에만 245억 원을 벌었습니다.

삼성전자도 지난 5년 동안 공짜 배출권이 150만 톤이나 남았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배출량이 늘어나면 거기에 비례해 정부가 공짜 배출권을 더 많이 주는 이상한 제도 때문입니다.

이러니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면 오히려 내년에는 손해를 봅니다.

줄일 이유가 없는 겁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열심히 줄인 기업에 대해 차별이 생기는 거니까 오히려 문제죠. 유럽은 발전 부문은 이미 100% 유상 할당으로 배출권이 배분되고 있습니다.″

당장은 온실가스를 마음껏 배출하며 싼값에 제품을 생산하지만, 이 모든 게 곧 고철 덩어리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MBC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편집 : 이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