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차주혁

"찬희야, 늦게 와서 미안해" 현대차 사무연구직 창사 이래 첫 촛불

입력 | 2022-01-17 20:22   수정 | 2022-01-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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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현대차 디자이너 이찬희 씨의 죽음, 그리고 과로 자살 문제를 지난주에 보도해 드렸는데요.

조금 전 현대자동차 남양 연구소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회사에 책임을 묻는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생산직이 아닌, 현대차 사무·연구직들의 단체행동은 사상 처음인데요.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늘 저녁 6시반 현대차 남양연구소.

연구소 정문으로 사람들이 걸어나옵니다.

얼굴은 가면으로 가렸고, 손에는 LED 촛불을 들었습니다.

남양연구소에서 일하던 고 이찬희 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의 동료들입니다.

[동료 직원]
″고 이찬희 책임 우리의 동료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잠시 묵념하시겠습니다. 묵념.″

[동료 직원]
″찬희야 늦게 와서 미안하다. 제대로 추모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늦었지만 이제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고 이찬희 씨는 2020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회사는 개인적 사유라며 동료들의 공식 추도문도 막았지만, 동료들의 증언은 달랐습니다.

그는 장시간 노동, 과도한 업무 압박, 그리고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입 냄새가 난다느니 좀 제대로 공부해라. 사실 후임자 앞에 세워놓고 중간자 사람들을 모멸감을 줌으로 인해서, 가스라이팅. 제가 찬희형 죽고 나서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거든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대우를 한 거죠.″

동료들이 그의 죽음을 함께 추모하기까지 1년 4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들은 회사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직원]
″저희들은 1년 넘게 무엇을 했는지 내심 가슴이 찢어집니다. 진정 현대자동차의 앞길이 밝기를 원한다면, 책임자는 고 이찬희 책임연구원에게 저와 같이 무릎 꿇고 사죄를 청합니다.″

현대차 생산직이 아닌 사무·연구직의 단체행동은 창사 이후 처음입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직원]
″너무 무서워서 혹은 두려워서 나서지 못했는데 이렇게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추모라는 형식을 통해서 만들어주셔가지고 개인적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생산직 중심인 현대차 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일반·연구직에 대한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비판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양재동 본사, 의왕연구소 등 각 사업장에서도 추모의 메시지가 이어졌고, 이찬희 씨의 죽음을 알린 MBC 보도는 조회수 9백만을 넘어섰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소정섭 윤병순/영상편집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