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하늘

[단독] "괴롭힘 모두 사실" 결론에도 고작 정직 3개월‥"잘못 뉘우쳐서"?

입력 | 2022-01-24 20:05   수정 | 2022-01-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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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고인의 충격적인 유서 내용은 회사 측의 조사에서도 사실로 드러났고,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있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그런데도 회사 측은 관련자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면서, 고작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어서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MBC가 입수한 당시 사건 조사 보고서입니다.

세아베스틸의 의뢰를 받아 한 노무법인이 한 달 간 관련 직원 15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유서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관련 직원 5명은 ″′상관인 지 씨가 신입사원들을 모아 놓고 ′문신 검사를 하겠다′며 옷을 모두 벗게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유 씨의 입사동기는 ″지 씨가 ′문신 있는 사람 있냐′고 물어, 유 씨를 포함해 ′없다′고 답했지만, 사람들이 다 있는 곳에서 팬티만 남기고 옷을 벗게 했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심지어 지 씨는 부서 야유회에서 찍었던 나체 사진의 경우엔, 수 년 간 회사 컴퓨터에 보관하고, A4용지에 출력해 신입 사원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故 유00 유족]
″벌거벗은 사진을 공용 컴퓨터에 저장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만들어 놓고, 자랑처럼 보여줬다고 하더라고요. 신입사원에게도 ′이거 봐′ 하면서‥″

지 씨가 회식자리에서 취하면 습관적으로 남자 선후배들에게 뽀뽀를 하고,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故 유00 후배(조사보고서 대독)]
″한번 말을 시작하면 기본 30분이고, 보통 1시간 씩 말하는데 말하면서 쿡쿡 찌르는 듯하는 말로 스트레스를 줬습니다.″

또 다른 선배 조 씨에 대해서도, ″사무실에서 유 씨의 성기를 수시로 만졌고, 유 씨가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고 남자 직원 2명이 증언했습니다.

이들은 유 씨뿐 아니라 자신들도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노무법인은 62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내고, ″반장인 지 씨와 선배인 조 씨가 명백한 가혹행위를 했고, 유 씨가 심각한 수치심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가해자들에게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

특히 ″지 씨의 탈의 지시, 회식 중 성추행, 알몸사진 촬영 같은 직장 내 성희롱은 ′면직′까지 가능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두 사람의 각종 가혹행위를 알고도 방관한 제강팀장에 대해서도 ″직위해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나온 회사 측의 징계 결과는 유족들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가해자들 행동이 ″기업질서를 심각하게 문란하게 하는 행위″였다면서도, 반장 지 씨는 정직 3개월, 선배 조 씨는 정직 2개월에 그쳤습니다.

″본인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개전의 정이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관리책임이 있는 제강팀장은 아예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습니다.

[故 유00 유족]
″(가해자들이) 그 때 징계받았을 때만 잠깐 급여가 정지되고 반성하는 척 하다가 이제 ′나 그렇게 안 했는데′ 하면서‥ 그냥 미치겠는 거예요.″

가해자들은 정직 기간이 끝난 뒤 복귀해 지금도 버젓이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영상편집: 송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