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하늘

614억 횡령 은행직원 "물의 빚어 죄송"‥ 은행 측 압박에 자수

입력 | 2022-04-30 20:13   수정 | 2022-04-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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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은행돈을 6백억 원대 횡령한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이 방금 전 구속됐습니다.

이 직원은 구속 심사에 출석하면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는데요.

스스로 자수했다며 판사에게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장과는 달리 은행 측의 설득과 압박 끝에 자수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손하늘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경찰 호송차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내립니다.

은행 돈 614억 원을 빼돌려 썼다며 경찰에 자수한 우리은행 직원 전 모 차장입니다.

[전 모 차장 / 우리은행 횡령 피의자]
″<회사와 고객에게 할 얘기 없습니까?> 죄송합니다. <어떤 의미신지 한번만 부탁드릴게요.>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우리은행 손해가 큰데‥> 죄송합니다.″

법원은 조금 전인 저녁 7시쯤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전 차장은 구속영장 심사에서 ″경찰서에 스스로 찾아가 자수했고, 성실히 진술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며 판사에게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MBC 취재 결과, 전 차장은 거짓말이 들통나자 은행의 끈질긴 회유 끝에 자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전 차장은 그동안 자신이 관리하던 이란 측 자금을 ″자산관리공사에 맡겼다″며 거짓 보고를 해 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지급기일이 다가오면서 회계 사고 사실이 드러났는데, 지난 27일 은행 측에 ″자금에 압류가 걸려 있어 당장 보내지 못하니, 일단 다른 돈으로 가지급을 해야한다″며 또다시 거짓말을 둘러댔습니다.

이후 은행을 빠져나가 연락이 두절됐고, 은행 측은 곧바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전 차장은 동료 직원들의 끈질긴 연락 끝에 밤 9시쯤 은행으로 되돌아가 횡령 사실을 털어놓은 뒤, 곧바로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차장이 빼돌린 은행 돈을 해외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친동생에 대해서도 오늘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경찰은 이들의 계좌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횡령한 돈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정민환 / 영상편집: 권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