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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영, 김민형
[사건속으로] 20년 때려도 처벌은 '벌금 500'‥악몽의 가정폭력
입력 | 2022-05-30 20:33 수정 | 2022-05-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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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5월은 가정의 달이죠.
안식처가 돼야 할 가정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범죄, 바로 가정폭력인데요.
여전히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지만 제대로 처벌이 되지 않고, 그렇다보니 재범률도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 ′사건 속으로′에서는 20년 동안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린 한 모녀의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조재영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대학생 연주(가명) 씨에게 2년 전 아버지의 폭행은 지금도 악몽입니다.
그날은 친척의 결혼식 날이었습니다.
준비가 늦어지는 아버지에게 ″따로 가겠다″고 했더니, 아버지는 갑자기 화를 냈습니다.
″사람 참 안 변한다″는 투덜거림에 무자비한 폭행이 돌아왔습니다.
배를 걷어차였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맞아 안경이 날아갔습니다.
눈에 피멍이 들었는데도 폭행은 계속됐습니다.
[연주(가명)/대학생]
″(아버지가) 제 목을 조르고, 제가 숨을 못 쉬니까…웃으셨어요.″
심지어 부엌에서 과도까지 가져왔습니다.
[정희(가명)/어머니]
″(남편이) 칼 갖고 오라고 저보고 그러는 거예요. 오늘 내가 끝까지 가야겠어…″
결국 아버지는 특수폭행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딸이 실명할 뻔했던 그날, 정희 씨는 남편과의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자신도 20여 년 결혼생활 내내 수시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지난 2016년 남편에게 ″양치질을 안 하고 나가냐″고 말했더니, 남편은 격분하면서 골프채로 집기를 깨고 식탁의자 등으로 머리와 얼굴을 때렸습니다.
[정희(가명)]
″골프채로 유리를 다 깨고 이 의자로 저를 때렸어요. 다 때려부숴서 집안이…″
이런 식으로 남편에게 맞아 진단받은 서류들만 수십 장에 이릅니다.
골프채나 의자뿐 아니라 상패로도 맞았고, 깨진 컵에 상처를 입은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진단서를 보면 ″장기간 반복적으로 머리에 상처를 입어 두피 함몰 등의 변형이 확인되고 있고, 정밀검사를 필요로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정희(가명)]
″집에 칼을 다 숨겨놔요. 싱크대 제일 안쪽에다 항상 숨겨놔요. 그 사람이 언제 칼을 들고 저한테 달려들지 모르기 때문에…″
가해자는 경제지에 재직했던 언론인 출신으로, 지금은 대학 초빙교수입니다.
폭력을 당하는 동안 몇 번이나 신고를 했지만 부부싸움 취급받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2년 전, 딸 연주 씨가 폭행당한 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1년 반 만에야 가해자를 벌금 5백만 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모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정식 재판을 요청했습니다.
전체 통계를 보더라도 가정폭력 사건이 정식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단 4%뿐입니다.
기소조차 하지 않거나, 기소하더라도 벌금형 이하 약식기소에 그쳤던 겁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 자체가 ′가해자 처벌′이 아니라 ′가정의 안정′인 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손문숙/한국여성의전화 팀장]
″법의 목적이,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상담을 받게 하거나 또는 교육을 해서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가정폭력 사범의 재범률은 2015년 4.7%에서 2020년 12.6%로 급증했습니다.
연주 씨의 아버지는 MBC와의 통화에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면서도 ″이미 이혼과 재산분할, 위자료 등의 절차가 끝났는데 불행한 가정사를 취재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삽 화 : 강나린 / 영상취재 : 이성재, 윤병순 / 영상편집 : 안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