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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미
100개 넘는 하청업체들 사실상 "인력회사" - 편법 전락한 사내하청
입력 | 2022-07-20 19:48 수정 | 2022-07-2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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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가로 1미터, 세로 1미터의 철제 감옥.
하청업체 용접공 유최안 씨가 몸을 맘대로 움직이기도 힘든 이곳에 스스로 갇힌 지 한 달째입니다.
그는 임금 30% 인상을 요구합니다.
말이 인상이지, 30% 인상하면 8년 전인 2014년에 받았던 임금과 비슷합니다.
10년간 줄곧 깎여왔던 임금을, 이제 복구해달라는 겁니다.
대우조선해양에 인력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100개가 넘고 하청노동자는 1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의 원청 업체 대우조선 직원의 평균연봉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칩니다.
대기업이 직접 고용을 피하고 값싸게 노동력을 쓰는 사내하청구조가 이번 파업의 저변에 있습니다.
김윤미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는 100개가 넘습니다.
하청업체들은 대우조선해양에서 ′기성금′이라는 이름의 돈을 받습니다.
기성금.
이미 지출한 원자잿값 같은 돈을 하청업체에 준다는 뜻이지만, 기성금의 90%가 인건비로 나갑니다.
사업장, 필요한 장비, 원자재는 어차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다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말만 하청업체일 뿐, 사실상 페이퍼컴퍼니, 잘 해봐야 인력송출회사라는 뜻입니다.
[하청업체 직원]
″인력회사죠. 1만 명이 넘는 하청 사람들은 얘기하고 싶어도 회사에서 불이익을 주고, 회사가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그냥 입 닫고 가만히 있는 것뿐이에요.″
기성금은 제대로 올려줬을까.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올려준 인상률은 3.2%.
최저임금은 물론 물가상승률보다도 덜 올랐습니다.
[하청업체 직원]
″최저 시급에서 최저 시급으로 간 거예요. 이게 말장난이거든요. 저희는 무조건 한 달 월급 곱하기 12로 계산하면 돼요. 그래서 연봉이 3천만 원 넘는 사람이 많이 없죠.″
이런 기형적 구조를 사내하청이라고 부릅니다.
형식적으로는 일감을 통째로 떼어주는 하도급 계약을 맺지만, 사실은 대기업들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값싼 노동력을 편하게 쓰는 편법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조경배/순천향대 교수]
″노동자들은 다시 원청업체한테 요구하게 되죠. 그러면 원청업체가 자기들은 법적인 책임 주체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 사람들을 고용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이런 법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거예요.″
이런 고질적 관행에 대해 국제노동기구 ILO도 10년째 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윤애림 박사/민주주의법학연구회]
″한국 정부가 엄중하게 감독해라. 이 권고가 2008년부터 계속 반복돼서 나오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하는 거죠.″
한국 조선업에서 하청 노동자는 5만 3천 명으로 원청 노동자 4만 7천 명보다 더 많습니다.
2014년 13만 명에 달했던 하청 노동자들은 조선업 불황기를 지나면서 60%가 실직하거나 떠났습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취재: 전승현 / 영상편집: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