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이번 방문이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통화가 이뤄지기까지 대통령실의 행보가 가관이었습니다.
만남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가 몇 분 만에 안 만난다고 하고, 좀 있다가는 만남을 조율한 적도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심지어 시민사회수석은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파트너가 아니라서 만나는 게 적절치 않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이기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윤석열 대통령은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오늘 오후 2시 30분부터 약 40분 동안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통화는 오늘 아침 윤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며, ″미국 의회와 한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발전시켜나가는 데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태효/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한미 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성이 있지만 특히 도덕적으로 볼 때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배석자들까지 스피커 폰으로 참여하는 확대회담 방식의 통화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통화가 성사되기까지 대통령실의 오락가락 행보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대통령실은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만남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가, 다시 불과 몇 분 만에 ″안 만난다″고 말을 바꿨고, 이후에는 ″만남을 조율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여기에 오늘 아침 시민사회수석은 펠로시 의장이 윤 대통령의 파트너가 아니라고까지 했습니다.
[강승규/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국회의장이 파트너인데 여기에 (대통령이) 만나시는 것은 그건 뭐 적절치 않으신 것 같고요.″
그런데 오후에 국가안보실 관계자가 ″이미 2주 전 펠로시 의장 측으로부터 대통령과의 면담 제안이 들어왔고 대통령 휴가 일정 등으로 면담을 하지 않기로 양해가 이뤄진 사안″이라고 밝히면서, 파트너가 아니라는 강 수석의 주장만 무색해졌습니다.
만남이 불발된 데 대한 대통령실 내 해석도 엇갈렸습니다.
대만을 방문하고 온 펠로시 의장을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윤 대통령이 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홍보수석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었는데,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중국을 의식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야당은 아마추어 외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만남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만남이 없다고 연이어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외교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아마추어들의 창피한 국정 운영입니다.″
정치권에선 ″미중 간 마찰을 고려해 펠로시 의장을 안 만나는 건 잘한 일이다″, ″동맹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안 만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등 엇갈린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친중 굴종외교라는 말은 입에 담지 말라″고 쏘아붙이기도 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함께 가꾸자″며 중국이 불편해할 만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