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정은

시작부터 논란된 해외순방‥회담 무산에 막말까지

입력 | 2022-09-22 20:02   수정 | 2022-09-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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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아직 순방 일정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진행된 걸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현지에서 동행 취재하고 있는 이정은 기자와 조금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뉴욕 연결합니다.

이 기자, 어제까지만 해도 한미정상회담이 유력하다고 했고, 저희도 오늘 새벽 시간에 특보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결국 오늘 회담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

정상 간의 만남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취소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지 않습니까?

◀ 기자 ▶

네, 정상회담은 친구 만나는 것처럼 이랬다 저랬다 할 수는 없겠죠.

유엔 총회 같은 다자회의에는 워낙 많은 정상들이 모이기 때문에 때에 따라선 즉석에서 인사하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거라 일주일 전에 발표했거든요.

통상 정상회담이 두 나라 사이 일정, 형식, 의제 등을 모두 조율한 뒤 발표한 걸 감안하면 취소는 이례적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영국 여왕의 장례식장과 워싱턴DC를 다녀오느라 일정이 여의치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게 지난 10일입니다.

그러니까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에 갈거고 일정이 바쁠거라는걸 대통령실이 알 수 있었다는 거죠.

그러면서도 정상회담 여부를 발표한 건데요,

예상되는 변동 가능성에 대비를 못 했던건지, 회담이 성사되도록 미국을 설득하지 못한 건지, 모두 외교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앵커 ▶

그리고 한일정상회담.

새 정부가 워낙 한일관계 회복, 강조해왔기 때문에 두 정상이 흔쾌히 만날 거다, 이런 발표가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근데 오히려 더 큰 진통을 겪었어요?

◀ 기자 ▶

외교용어는 나라와 나라 사이 오가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게 관례입니다.

그래서 지난주 ′한일 회담이 흔쾌히 합의됐다′는 표현은, 한일 간의 논의가 상당히 진전된 거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낳았는데요.

앞에서 보셨듯이 회담은 약식으로 이뤄졌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도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년 9개월 만에 한일 정상이 마주앉아 현안 문제를 해결하자고 뜻을 모은 건 유의미하지만, 정말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의 입장변화도 이끌어 낼 수 있어야겠죠.

그런데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정상회담은 두 나라 협의 하에 같이 발표하는 관례가 있는데 지난주 한국이 먼저 발표한 것도 아마추어 외교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일본 측이 불편함을 숨기지 않으며 회담성사 조차 불투명해졌고,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의 행사장에 찾아가 만나는 모습이 나온건데요.

전 정부에서 끊어진 정상회담을 복원시켜야겠다는 조급함 때문에 상황 관리가 잘 안 된 거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 앵커 ▶

이번 뉴욕 순방에서 경제외교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좀 성과가 있습니까?

◀ 기자 ▶

경제 관련 일정들이 아직 남아있어서 바로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제외교에 대통령이 힘을 싣겠다는 당초 계획이 무색해지는 장면이 연출됐는데요.

중소벤처기업부가 구글, 오라클, 네이버, 현대차 등 내로라하는 기업 임원들을 초청해 한미 스타트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 또 우리 중소기업 상품의 홍보하는 행사에 대통령이 갑자기 불참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예정에 없던 글로벌 펀드 행사장으로 향했기 때문인데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동안 대화하기 위해 중기부와 기업인들이 공을 들인 행사를 패싱한 게 돼버렸습니다.

◀ 앵커 ▶

순방 초반, 런던에서는 ′조문 없는 조문′ 논란이, 오늘은 세계 정상들 모인 자리에서 터져 나온 막말 논란이 이슈를 뒤덮는 모습이군요.

◀ 기자 ▶

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의미를 축소시켰는데요.

다른 이도 아닌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이 상당수 모인 자리에서 한 말을 사적 발언으로 봐야 할지는 의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했고, 또 미국 의회 인사들을 지칭하는 듯한 단어가 정제되지 않은 만큼 자칫 외교 문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참가국이 많은 다자회의인 점을 감안해도 전반적으로 순방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데다, 빈손 외교 지적에 막말 논란까지 가세해 새 정부 외교력에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 발언의 당사자가 바로 대통령 본인이라는 점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MBC뉴스 이정은입니다.

영상취재: 박종일 김희건 / 편집: 장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