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고재민

[단독] "회사 살아야 한다" 중환자에게 집요한 은폐 지시

입력 | 2022-10-12 20:02   수정 | 2022-10-1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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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렇게 승인 받지 않은 무단 작업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협력 업체 측은 위중한 상태였던 김효용 씨를 상대로 집요하게 은폐를 종용했습니다.

김 씨의 휴대 전화 속에는 사고 당시 현장에 문제가 있었다는 김 씨의 진술과 이같은 사실 관계를 숨기려는 업체 측이 거짓말을 지시했던 정황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어서 고재민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숨지기 전 김효용 씨는 사고 당시 안전조치가 제대로 돼 있던 건지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김효용 (8/15 경찰 통화)]
″난 (전기가) 살아있을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전기가 들어와 있었다는 게 난 그게 이상해서″

전기 공급이 중단되지 않은 상태였고, 변압기의 절연 커버가 열려있던 것 등이 이상했다는 겁니다.

[김효용 (8/23 한전 통화)]
″변압기를 열어본 건 제가 아니고, 제가 좀 늦게 도착했는데 변압기가 열려 있었죠″

그런데 협력업체 측은 생사를 넘나들던 김 씨의 의문을 풀어주기는 커녕, 회사가 살아야 한다며 은폐를 종용했습니다.

[협력업체 관계자 A (8/22 통화)]
″우리가 토요일이 무단이야 원래. 회사도 좀 살기 위해서‥우리가 이제 점검, 그날 뭐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얘기해줘″

사전에 필수 보고해야 하는 ′작업′이 아닌, ′단순 점검′으로 한전과 경찰 등에 말해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협력업체 관계자 B (9/1 통화)]
″그냥 그날 점검한 걸로 해‥미안하다. 이런 부탁도 하고‥″

공사를 발주한 한전의 전화는 받지 말라는 지시까지 했습니다.

[협력업체 관계자 A (8/24 통화)]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마 한전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전화할 거야. 그런데 받지 마″

김 씨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에도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무단 작업 사실이 들통나면 한전으로부터 벌점을 받고, 다음 입찰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족들은 숨진 김 씨의 휴대전화에서 이 같은 통화녹음 파일 30여 개를 발견했고, 우선 협력업체를 고소했습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무단 작업을 한 이유에 대해 ″한전에서 주말 공사를 못하게 하는 편이어서 임의대로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김 씨에게 은폐를 권유한 걸 두고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전화를 받지 말라 한 건 귀찮을까봐 그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전은 ″시공사 측이 통보 없이 무단 작업을 시행해 사전에 알 수 없었다″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승일/한국전력 사장 (어제, 국회 산자위)]
″대단히 안타깝고 아주 유감스러운 사고입니다. 발주자냐 도급인이냐 지위와 상관없이 산업재해가 근절되도록 저희가 최선의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같은 무단작업을 근절할 수 있도록 예방 대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영상편집: 류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