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현인아

[집중취재M] 기후변화 최전선에 선 예술, "그림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입력 | 2022-10-24 20:23   수정 | 2022-10-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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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렇게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이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만, 사실 지금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게 바로 예술인, 그리고 미술관들입니다.

예술은 언제나 세상을 바꾸는 최전선에 서 있다,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는 겁니다.

작품으로, 또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

계속해서 현인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호주를 덮친 사상 최악의 산불이 코알라의 서식지를 덮쳤습니다.

사방이 불길에 휩싸인 숲에서 코알라가 주저앉았습니다.

기후변화로 악화된 가뭄과 산불이 코알라를 막다른 길로 몰았습니다.

작가의 눈에 비친 코알라가 관객을 빤히 응시합니다.

푸른빛은 슬프지만 아름답고 눈에 그려진 하트는 동물도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걸 의미합니다.

[고상우/작가]
″호주 산불 뉴스가 저에게 좀 더 자극을 주었죠. 수많은 종이 불에 타 죽었기 때문에 불꽃이라는 타이틀로 그려졌고.″

말로는 줄인다지만 매년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온실가스.

강과 바다를 뒤덮는 플라스틱과 기상이변의 거대한 충격.

누구보다 예민한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작가들은 지금 인간들의 모습을 이렇게 그렸습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대양에서 표류하는 인간.

사방에 바다만 보이는 이곳은 사실은 가상세계입니다.

현실에 대한 감각을 잃고, 욕망을 좇아 지구를 파괴하는 인간의 은유지만 지금처럼 해수면 상승이 계속되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은유입니다.

[전준호/작가]
″지구라는 어떤 것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훨씬 더 겸허하게 접근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우리는 이 별의 정복자가 아니다.″

인공지능, AI가 인간의 미래를 그린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산업혁명과 기계화, 오염, 멸망의 미래가 펼쳐집니다.

이들 작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28개 미술관과 예술 관련 기관이 참여한 국제 프로젝트입니다.

국내에서 참여한 미술관은 기후변화를 감시하는 곳이란 의미에서 ′서울관측소′라 불립니다.

이들의 고민은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토대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미술관에서는 예술인과 일반 시민이 화석연료가 아닌 친환경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줄리아 벨리네티/네덜란드 얀 반에이크 아카데미]
″기후 변화와 생태계에 대한 작품을 제작하면서,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재료를 쓸 수 있을까요? 재료 자체가 작품의 주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일부 미술관들은 전시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도 측정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류지연/국립현대미술관 과장]
″(4개 전시회에서) 순수하게 전시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대략 70에서 1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 것으로 지금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예술이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줄리아 벨리네티/네덜란드 얀 반에이크 아카데미]
″예술가는 뒤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최전선에 있습니다.″

[고상우/작가]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까 그림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MBC 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임지수 / 자료제공: 사비나미술관, 서울특별시 미술관협의회, 카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