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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영
입사 2년 차 아들의 죽음‥"아드님은 오래 버텼어요"
입력 | 2022-01-13 06:48 수정 | 2022-01-13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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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과로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은, 한 기업,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뿌리 깊은 병입니다.
지금도 내 가족, 지인 중 누군가가 겪고 있을지 모르는 일인데요.
또 다른 젊은 직장인의 죽음을 홍신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렌즈를 납품하는 코스닥 상장사.
최근에는 테슬라 자율주행 렌즈도 납품하게 된, 잘 나가는 중견기업입니다.
2020년 12월 29일, 대전공장 기술관리직 서승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입사 2년 차, 31살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죄책감 속에 아들을 산에 묻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들의 직장 동료에게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동료-아버지 실제 전화통화]
″저도 회사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니까 냉정하게 있었던 사실만 말씀드릴게요. (예예) 거의 1년을 사람을 몰아갔어요. 제일 멘탈이 강했다, 라고 말씀드린 거는, 오래 버텼어요.″
대학에서 공학석사 학위를 받고 취업한 아들.
하지만 회사는 기대와 많이 달랐습니다.
입사 1년 3개월 만인 2020년 4월 바로 위 선배가 회의를 마치고 나오다 과로로 쓰러졌습니다.
선배는 그 길로 그만뒀습니다.
[퇴사자-아버지 실제 전화통화]
″(그만두게 된 이유가?) 과로와 스트레스 그런 것 때문이죠. 승우한테도 그냥 그만둬라. 여기 아니면 일할 데 없느냐 제가 그렇게 좀 설득을 했었는데 승우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조금 더 해보겠다.″
선배 일까지 2인분을 떠맡은 아들.
거의 매일 야근했다고 합니다.
[동료-아버지 실제 전화통화]
″혼자 할 수 있는 업무 이상의 것을 시켜서 그걸 이행을 하려고 막 욕 안 먹으려고 악착같이 한 거에요. 밤새도록. (악착같이?) 그런 상황이 지속이 됐었거든요.″
승우 씨는 결국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뒤늦게 찾아낸 그의 정신과 상담 기록. (2020년 5월 12일)
′임원에게 욕먹고′ ′얼굴만 봐도 불안하고 눈물 나고′, ′회의 시간 버럭′
[서호석/故 서승우 씨 아버지]
″항시 불안에 떨고 있어요. 거기는 토요일, 일요일 날 근무를 하니까 집에 와서도 응답을 하고 있어요. 긴장 속에 계속 사는 거죠.″
아들이 죽고 나서야, 왜 마지막에 그렇게 무너졌는지 알게 됐습니다.
[동료-아버지 실제 전화통화]
″그 얘기는 들으셨어요? 현장으로 내려가라고 했다는. 마지막으로 무너졌던 상황인 걸로 알고 있거든요. (보직을 바꾼다는 부분에서) 보직이 아니에요. 관리자에서 시급직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미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사실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전화기에서 찾아낸 직장 상사와의 통화 녹음.
[서승우-상사B 통화]
″너 임마 갈 데까지 간 거야. 갈 데까지 갔다는 게 뭔 얘긴 하는 건지 알지? (네) 뒤가 없다고. 서승우. 너 멘탈 진짜 약해. 바뀌어야 된다. 바뀌어야 돼. 울지 말고 (네) 울긴 뭘 울어.″
이 통화 다음날 아들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회사 측은 ″업무상 재해 판정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만 짧게 밝혔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