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주만

삼성가 마당에서 나온 유골‥사연 추적해보니

입력 | 2022-06-07 06:39   수정 | 2022-06-0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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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재작년 서울 이태원의 한 주택 신축 공사현장에서 무덤 61개가 발견됐습니다.

집주인은 이서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이었습니다.

이름도, 관조차 없는 이 유해들, 김주만 선임기자가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국의 대표적 부촌인 서울 이태원의 주택 건설 현장입니다.

건물 소유자는 이서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생입니다.

지난 2020년 처음 빈무덤이 발견돼 발굴조사가 시작됐는데, 2년째 공사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지상 2층 지하 4층으로 연면적 5천8백 제곱미터, 축구경기장 크기의 대저택입니다. 이렇게 넓고 깊게 땅을 파다보니 땅을 팔 때마다 새로운 무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확인된 무덤만 61기, ′토광묘′ 즉 나무 관도 쓰지 않고 그냥 구덩이를 파 시신을 묻은 겁니다.

쉬쉬하는 삼성측과 달리 이 지역 부동산에서는 과거에도 무덤이 나오는 일은 흔하게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이쪽 어디쯤에 방 하나가 나왔는데, 밤에 보니까 자꾸 꺼지더래. 방이 쑥 들어가는데 해골이 나오더래...″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일제강점기인 1924년 제작된 일본군지도입니다.

지금의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해, 전쟁기념관, 주한미군기지는 일본군 20사단과 보병40여단의 사령부 군영이었습니다.

동쪽 이태원과 황학동, 보광동 일대는 거의 비어있는데, 모두 공동묘지라고 써 있습니다.

일본인의 한반도 유입이 급증하면서 이태원 공동묘지 위에 일본인 주택을 지어올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무덤이 발견된 이서현 이사장의 자택은 일본인 소유였다가 광복이후 일본인 재산 즉 ′적산가옥′을 불하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 삼성 일가에 인수된 겁니다.

주택건설과 군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공동묘지의 100만개 넘는 무덤이 강제 이전되기도 했습니다.

공동묘지가 사라진 자리, 가장 가난한 자의 마지막 안식처에 최고 부자의 저택이 만들어지고, 대통령 집무실과 주한미군의 기지가 보이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MBC뉴스 김주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