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상빈

[친절한 기자들] 판결문 131건 분석‥'스토킹처벌법' 실형 0명

입력 | 2022-07-12 07:39   수정 | 2022-07-1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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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뉴스의 맥락을 꼼꼼하게 짚어드리는 <친절한 기자들> 시간입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도 집요하게 쫓아다니고 연락하는 스토킹 범죄.

최근 2년간 선고된 스토킹 범죄 판결문 130여 개를 분석해 보도한 법조팀 정상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앵커 ▶

2년 동안 선고가 내려진 스토킹 범죄 판결문을 하나하나 확보해서 분석한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이 취재를 착수하게 됐나요?

◀ 기자 ▶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나,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

각각 징역 35년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모두 스토킹 범죄가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들인데요.

그렇다면 스토킹은 과연 어떻게 처벌될까, 특히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 과연 처벌이 강화됐을까, 이 질문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결과물부터 먼저 보시죠.

◀ 리포트 ▶

MBC가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서 최근 2년간 ′스토킹′ 범죄를 처벌한 판결문 131건을 검토했는데, 스토킹처벌법은 77개 사건에 적용됐습니다.

폭행이나 감금, 강간 등 다른 범죄 없이 오직 ′스토킹처벌법′만 적용돼 재판을 받은 건 35명이었습니다.

징역형은 없었고, 13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8명은 벌금을 냈는데, 액수는 50만 원에서 5백만 원까지, 평균 230만 원이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처벌 수위는 최대 징역 3년, 벌금 3천만 원까지인데, 선고는 훨씬 낮았습니다.

[김다슬 /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
″′신고해 봤자 난 벌금 조금 내면 된다′라는 식으로 또 협박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 앵커 ▶

35명 가운데 13명이 집행유예, 8명이 벌금형…

그렇다면 21명이 풀려났다는 건데, 그럼 남은 14명은 엄한 처벌을 받았나요?

◀ 기자 ▶

그 반대입니다.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재판 자체가 중간에 끝났기 때문인데요,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이른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가해자가 어떻게든 피해자와 합의한다면 처벌을 피할 수도 있는 건데요. 이 때문에 오히려 2차 피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김정혜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반의사불벌죄′라는 거는 ′피해자가 용서하면 이것은 처벌할만한 범죄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하고요. 계속해서 접근해서 반의사불벌 의사를 표시하라고 협박하거나‥″

◀ 앵커 ▶

처벌을 하더라도 집행유예나 벌금에 그치고, 40% 정도는 아예 처벌을 받지 않았는데.

스토킹 범죄가 그 정도 처벌로 그칠 만큼 가볍다고 할 수 있나요?

◀ 기자 ▶

판결문에 나타난 양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밤늦게 전 연인 집을 찾아가 창문을 두드리고 이름을 소리치면서 ‘죽이겠다’고까지 협박한 사람도 있었고요.

발신번호를 가린 채 열흘 동안 무려 130번 넘게 전화하고, 피해자가 자주 가는 장소에서 기다린 가해자도 있었습니다.

이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해서 8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도망칠 정도였습니다.

새로운 유형인 사이버 스토킹도 심각했는데, 휴대전화나 공중전화, SNS 메시지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 채팅까지 동원하고, 피해자 전화번호로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 괴롭힌 경우도 있었습니다.

◀ 앵커 ▶

피해자는 상당히 무섭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요.

법원이 피해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이유는 뭔가요?

◀ 기자 ▶

보통 ″초범이다″,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을 많이 드는데, 스토킹범죄도 이런 양상은 똑같았습니다.

납득 가지 않는 이유들도 있었는데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과거에 교제한 사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헤어진 연인이 쫓아다녀서 피해를 입은 건데 오히려 선처의 이유로 삼은 황당한 판결도 있었고요.

경찰이 내린 접근 금지 명령까지 어기고 피해자를 찾아갔는데, 법원은 ‘직접적인 위해가 없었다’고 풀어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신 안 그러겠다’는 가해자의 다짐을 믿고 선처해 준 경우도 9건이나 됐습니다.

◀ 앵커 ▶

스토킹이라는 것 자체가 얼굴이나 주소를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데‥

이렇게 갖가지 이유로 약하게 처벌하면, 앞서 지적해주신 대로 살인이나 더 무서운 범죄로 이어지는 거 아닌가요?

◀ 기자 ▶

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 바로 그건데요.

저희가 분석한 판결 가운데 73퍼센트 정도가 또 다른 강력 범죄로 이어진 경우였습니다.

그러니까 피해자를 스토킹하다 마침내 협박하고, 감금, 폭행, 강간, 살인까지도 저질렀다는 겁니다.

◀ 앵커 ▶

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상빈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