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다현

[친절한 기자들] '선거비 먹튀' 버티면 그만?‥국회는 '뒷짐'

입력 | 2022-07-21 07:38   수정 | 2022-07-2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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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뉴스의 맥락을 꼼꼼하게 짚어드리는 <친절한 기자들> 시간입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되면 국가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다시 반환해야 하죠.

그런데 선거비 반환도 안 하고 다시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이 있었습니다.

MBC 기자들이 힘을 합해 전국에서 2달간 이들을 추적했는데, 함께 취재한 광주 MBC 이다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자, 이기자‥나라에서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제도.

법을 어긴 선거사범들까지 지원해주려고 만든 건 아닐 텐데요.

선거비용 미반납한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았나요?

◀ 이다현/기자 ▶

네, 저희가 이번에 살펴보니까요, 올해 초 기준으로 125명이 반납을 안 했습니다.

액수로 치면 230억 원이 반환되지 않았는데요.

이게 결국엔 다 세금으로, 국고에서 나간 돈입니다.

그런데 미반납자 가운데 8명은 최근 6.1 지방선거에 또 나왔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이런 사실들을 유권자가 모르는 게 문제잖아요?

◀ 이다현/기자 ▶

네, 선거비를 반환 안 했다는 것은 세금을 안 내고 있다는 거랑 같은 말이거든요.

선거에 나오는 후보치곤 심각한 결격 사유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중요한 정보를 선관위에서 공개하지 않습니다.

개인정보라는 이유인데요, 선거 때 재산 공개할 때도 이런 사실을 공개 안 하니까 결국 유권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투표에 나서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은 2018년부터 계속 선관위와 세무서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받은 자료와 이들의 선거법 위반 판결문을 하나씩 비교해 가면서, 이번 선거에 나온 8명의 정치인을 찾아낸 겁니다.

◀ 앵커 ▶

네, 그리고 이들이 재산, 또 왜 돈을 안 내고 있는지 다 추적하신 건데 선거에 나선 후보들, 돈이 없다는 건가요? 갚을 생각이 없는 건가요?

◀ 이다현/기자 ▶

네, 이들 정치인들은 크게 두가지 부류였는데요, 가족 재산은 있는데 본인 재산은 없다며 안 내고 있는 후보들, 또 재산이나 돈이 있어도 그냥 대놓고 안 내겠다는 후보들, 각양각색이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5월 27일 뉴스데스크

[박경철/전북 익산시장 후보]
″6년을 낭인으로 살았는데 무슨 수입이 있었겠냐…″

[박경철/익산시장 후보]
″미술품은 내가 평생에 수집하는 취미생활이에요. 예술품마저 갖고 있는 게 문제가 있고 비리다 하는 게 아주 무식한 문화적 소양을 대변하는 거다.″

[이기찬/강원도의원 후보]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할 거예요. 돈이 없는데… 없는 돈을 어디 가서 훔쳐?″

[이명/경남 통영시의원 후보]
″<아들 명의라도 처분해서 받으면 되지 않나?> 그거는 제가 아들하고 의논해서 한번… 아들이 미혼이라…″

◀ 앵커 ▶

돈이 없었고 지금도 돈이 없다는 답변으로 들리는데, 진짜 갚을 여력이 없는 건가요?

◀ 이다현/기자 ▶

그래서 저희 취재팀이 이들의 재산내역과 선관위 자료를 확보해 비교한 결과,

충분히 갚을 여력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습니다.

화순군수 선거에 출마한 전완준 후보는 4억 3천만 원 가량의 비상장 주식, 그리고 예금 7천만 원을 가지고 있었고요.

익산시장 선거에 나온 박경철 후보는 과거에 5천만 원 상당의 미술품이 있었고, 선거 당시에도 8천5백만 원어치의 서예작품과 그림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 앵커 ▶

선거전에 후보들은 당선이 먼저 아니냐, 당선되면 해결방법을 찾겠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요.

그래서 선거 끝나고 한 달 반 뒤에 저희 기자들이 또 물어봤죠?

◀ 이다현/기자 ▶

네, 저희가 보도한 8명 가운데, 2명이 또 당선됐습니다.

8명 모두, 선거비를 반환하지 않은 채 이번 선거에 쓴 비용은 보전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모두 더하면 6억 원에 가깝습니다.

나머지 낙선 후보들도 선거 끝나고 이야기 하자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그래서 잊지 않고 또 찾아갔습니다. 함께 보시죠.

7월 14일 뉴스데스크

″<의원님 당선되면 반납하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반납하실 건지…> 땅 팔아서 한다 그랬잖아요. <땅은 언제 파실 건데요?> 부동산이 되야죠.″

[김한종/장성군수]
″나중에 정치가 끝날 때, 내가 정치인 이제 그만할 때, 해서 해야 할 일이니까. 우리가 내일 일도 모르는데…″

◀ 앵커 ▶

네, 1명도 어떻게 낼 거다, 적극적인 내겠다는 분들이 한 분도 없군요.

◀ 이다현/기자 ▶

네, 심지어 소멸시효 5년이 지나서 선거비 반환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계속 안내는 정치인들도 많았는데요.

저희가 취재 중에 확인한 중요한 사항이 있었습니다.

남원시장 선거에 나온 당시 윤승호 후보가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선거비 미반환 문제가 불거지자 미반환 선거비 일부를 기부금으로 대신 낸 걸 확인한 건데, 선관위도 이런 기부행위가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해줬습니다.

그러니까 소멸시효가 지나도 기부를 통해 선거비를 반환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겁니다.

◀ 앵커 ▶

이게 징수책임이 선관위랑 세무서에 있는 거죠?

왜 선거비 못 돌려받고 있는 겁니까?

◀ 이다현/기자 ▶

바로 징수 업무를 맡고 있는 선관위와 세무서가 놀라울 정도로 선거비 반환에 무관심했기 때문인데요.

저희가 지난 2018년에도 이 선거비 반환문제 보도한 적 있는데, 그냥 5년간 재산조회 한두 번 해보고 징수불가 처리해버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변화도 감지됩니다.

저희 보도 이후 이기찬 강원 도의원과 화순군수 선거에 나온 전완준 후보에 대해 선관위가 채권 압류조치를 했습니다.

이번 선거 비용에서 보전받는 부분에 압류를 걸어 환수하겠다는 건데, 전완준 후보의 경우는 따로 광주세무서가 5천만 원을 징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선거비 미반납 정치인은 다시 공직 선거 못 나오게 하고, 선거법 위반하면 선거비 보전을 안 해주는 법안 등이 국회에 올라가 있기는 한데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 앵커 ▶

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다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