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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법적 보장‥기소로 면직 "위헌 가능성"

입력 | 2023-05-31 15:12   수정 | 2023-05-3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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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가 두 달 남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 처리했습니다.

법으로 임기가 보장되는 방송통신위원장을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면직한 건 유례를 찾기 어렵고 위법,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유경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08년 5월, 감사원은 KBS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이 세금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KBS에 손해를 끼쳤다며 수사에 나섰습니다.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돼, 임기가 8달 남은 정 사장에 대한 압박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지난 2008년 8월)]
″이 자리를 지켜온 이유는 바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경영부실을 이유로 정 사장을 해임했고, 검찰은 정 전 사장을 체포해 조사한 뒤 재판에 넘겼습니다.

법정에선 해임 무효, 또 무죄 판결이 차례로 확정됐지만, 이미 3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15년 만에 이 과정이 거의 똑같이 반복됐습니다.

감사원의 11달 감사와 검찰의 8달 수사 끝에 결국 한상혁 전 위원장은 면직됐습니다.

재판을 받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면직한 것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영수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단순하게 기소만 가지고 면직하는 것은 과하지 않느냐‥″

더구나 다른 장관과 달리 방통위원장은 임기가 법으로 보장되는데,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법률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주어진 기간 동안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고 독립해서 공무를 성실히 수행하라는 일종의 법률 명령이거든요.″

검찰은 네 차례 방통위를 압수수색하고 직원 수십명을 조사했지만, 한 전 위원장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당시 점수 조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점수를 보고받은 한 전 위원장이 ″미치겠다. 욕 좀 먹겠다″고 말했고, 이걸 들은 실무자가 알아서 점수를 고쳤다는 게 수사 결과입니다.

사상 유례 없는 방통위원장 면직 처분.

한 전 위원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됩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