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떼이고 줄줄이 강제이사"정부 대책 도움 안 돼요"

뉴스데스크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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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전세사기에 이용된 집은 새 주인을 찾기 위해 경매에 넘어가는 일이 잦습니다.

경매로 새 주인이 나타나면 지금 그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전세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보증금은 절반도 못 찾는 경우가 허다하고, 새 주인이 나가달라고 하면 도리 없이 살던 집에서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뻔히 보이는 상황에 정부도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실제론 별 소용이 없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박철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세사기 피해자 이모 씨,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을 꾸리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이 집을 경매로 낙찰받은 새 주인이 나가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이전 집주인은 경기와 인천 일대에서 120억원 대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최근 구속된 남 모 씨였습니다.

보증금 7천 5백만원 중 경매로 이씨가 돌려받은 건 고작 2천7백만 원.

보증금 대부분 대출이었던데다 2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의 계약금 5천만 원도 빚입니다.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 했지만 남 씨의 사기 행각으로 이 씨 수중엔 빚만 1억 원 남았습니다.

[이 모 씨/ 전세사기 피해자]
″이자는 지금 계속 내고 있어야 하잖아요. 만기가 되면 일시에 내라고 할 텐데 그래서 그 중간에 개인회생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찾아보고 있어요.″

남 씨의 또다른 전세사기 피해자, 78살 이 모 씨 역시 5년 넘게 살던 집이 최근 경매로 낙찰되면서 쫓겨날 처지가 됐습니다.

사실상 전 재산인 4200만 원 중 이씨가 돌려받는 건 역시 2700만 원이 전부.

폐지를 모아 먹고 사는 처지라 앞날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납니다.

[이 모 할머니/ 전세사기 피해자]
″한 30만 원씩이나 20만 원씩 내고 그냥 살라면 그거는 가능한데 이 집주인이 그렇게 하라고 할 리가 없지. 모르겠어. 그거밖에는 희망이 없어, 지금 나한테는‥″

피해자들에게 돌아오는 보증금 액수가 적은 이유, 남 씨가 피해자들이 사는 집들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즉, 경매 낙찰 후엔 금융회사 빚 상환이 먼저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긴급주거 혹은 전세대출을 저금리로 지원해주고 있긴 하지만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또, 피해확인서는 경매로 집이 넘어간 뒤에야 발급해주는데다, 긴급 거처를 택하면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안 모 씨/ 전세사기 피해자]
″지금 현장에 가면 ′(거주 기간은) 6개월입니다.′라고만 얘기를 하고 ′6개월을 가시거나 아니면 전세 대출을 받으시거나 둘 중 하나만 하세요.′라고 하면 6개월을 누가 들어갑니까.″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반 년 간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긴급주거지원 사례는 13건에 불과합니다.

MBC뉴스 박철현입니다.

영상촬영: 구본원/영상편집: 최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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