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민욱

가뭄으로 하루 117명 사망‥소말리아의 기후 재앙

입력 | 2023-05-03 20:16   수정 | 2023-05-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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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금 제 뒤로 보이는 곳은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 난민촌의 모습인데요.

소말리아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 때문에, 수백만 명이 고향을 떠나서 난민이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기후 위기에 직면한 소말리아.

지난주 저희 MBC 기후 환경팀이 소말리아의 상황을 취재하고 있다고 전해 드렸는데요.

먼저 오늘은 소말리아의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김민욱 기자가 내륙 난민촌의 모습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드넓은 들판 끝에 거대한 난민촌이 나타납니다.

수천 개에 이르는 천막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이곳은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륙으로 230km 떨어진 작은 도시 바이도아입니다.

도시 외곽은 모두 이렇게 난민촌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난민촌까지 가는 길은 험난합니다.

모가디슈에서 비행기로 바이도아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부터 무장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검문소 여러 개를 통과했습니다.

낯선 차를 타고 온 외국인들이 나타나자 먼저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몰려듭니다.

이곳 바이도아 주변에는 2011년부터 이런 캠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모두 500개가 넘는 캠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60만 명가량의 이주민들이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금 난민촌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가고 있는데 이런 임시 거처들이 계속해서 끝도 없이 있습니다.″

이들이 난민이 된 이유는 가뭄입니다.

2017년에 이어 2020년부터 내리 3년 동안 우기에 비가 오지 않는 극심한 가뭄이 덮쳤습니다.

[이프라/바이도아 난민]
″가뭄이 엄청 심각했어요. 물도 충분하지 않고, 가축도 다 죽고, 곡식도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바이도아로 오기로 했어요.″

게다가 소말리아는 내전 중입니다.

바이도아 주변 지역은 모두 이슬람 무장단체, 알 샤바브가 장악하고 있어, 그나마 항공기를 이용한 국제 원조가 가능한 바이도아로 모여드는 겁니다.

[하비브/바이도아 난민]
″최근에 비가 조금 내린 곳도 있지만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고향을 알 샤바브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겁니다.″

하지만 난민촌 생활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10개월 전 고향을 떠나온 파티마 씨.

원래 7명의 아이가 있었지만 두 살 된 여섯째 아이가 바이도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파티마/바이도아 난민]
″10달 전에 ′콜′ 지역에서 여기로 왔어요. 그런데 내 아이가 설사와 구토 때문에 죽었습니다.″

영양 부족에다 치료도 받지 못한 겁니다.

파티마 가족이 사는 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8명이 살기엔 턱없이 좁고, 바닥엔 마른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파티마와 6명의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텐트입니다. 나무와 천막을 이용해서 얼기설기 만들어졌고요. 비나 바람을 피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UN은 지난해 소말리아에서 가뭄으로 4만 3천 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루 117명이 목숨을 잃은 겁니다.

가뭄으로 인한 난민은 3백만 명.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까지 더하면 8백만을 넘습니다.

소말리아 인구의 약 45%입니다.

소말리아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이유는 30년째 이어지고 있는 내전도 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이 큽니다.

지난주 발표된 한 논문은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지 않았다면 소말리아에 지금과 같은 가뭄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기후변화가 토양 수분 증발량을 늘려 가뭄 발생 가능성을 100배나 증가시켰다는 겁니다.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기후변화로) 가뭄 지역은 계속 가물어 지고 있고, 집중호우가 심한 지역은 그런 현상들이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기후학자들은 보고 있고요.″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재앙은 아프리카 만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당장 집중호우와 태풍, 가뭄과 산불 등 한국의 기후 재난들 역시 빈도와 강도를 더해가는 중입니다.

해적의 나라, 여행이 금지된 위험한 나라로만 알고 있는 소말리아의 고통이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이유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위동원 / 영상편집 : 안준혁 / 취재협조 : 세이브 더 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