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차주혁

"김준영은 노동운동의 희망"이라고 했던 장관이‥

입력 | 2023-06-09 20:09   수정 | 2023-06-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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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강제 진압돼 구속된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

10여 년 전 그를 노동운동의 희망이라고 극찬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당시 함께 일하던 이정식 현 고용노동부 장관입니다.

노동계 동지였던 두 사람이 지금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건데, 한국노총은 ′족보에서 파버리겠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차주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010년 5월 10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입니다.

′10년후 대한민국을 빛낼 100인′을 선정했습니다.

이재용, 김연아, 봉준호, 안철수, 원희룡,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까지 기사대로 10년 뒤 모습은 화려합니다.

이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43세의 남성.

지난달 31일 고공시위를 벌이다 구속된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입니다.

′행동하는 지성인′

동아일보는 ″싸울 때와 협상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합리성″을 가졌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씨는 2011년과 13년, 두 차례 더 이 분야에 선정됐고,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습니다.

노동계의 한 동료는 ′원칙과 현실을 조화하는 노동운동의 희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합리적이고 유연하면서도, 불법과 비리에는 추상같은″, ″사회 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총평했습니다.

이렇게 김 씨를 극찬했던 사람은 바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입니다.

이정식 장관과 김준영 사무처장은 2013년부터 5년간 한국노총에서 같이 일했습니다.

″지하 셋방에서 여섯 식구가 사는데 전세금 1000만원이 없어 이사 가야하는″ 사정까지 알 만큼 두 사람은 친했습니다.

김 처장이 경찰봉에 강제 진압된 지난달 31일, 장관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노조 파업을 ′떼법′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 (지난 5월 31일)]
″상식과 합리가 통하지 않는 억지 주장을 한다고 그래서, 떼를 쓴다고 해서 ′떼법′이라고 그래요. 이런 것들이 그때그때 법치를 가로막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지금 이렇게 돼 있다.″

강경한 입장의 정부와 노동계 사이의 갈등을 중재할 것으로 기대됐던 노동계 출신 장관.

한국노총은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며 ′족보에서 파버리겠다′는 표현으로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김동명/한국노총 위원장]
″이정식 장관은 사과하고 사퇴하십시오. 만약에 사과하고 사퇴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자랑스럽다고 떠들던 한국노총 출신 족보에서 파버리겠습니다.″

이정식 장관은 오늘 MBC에 ′개인적으로는 김 처장 부상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노동운동 법치주의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편집: 장동준 / 영상출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재키움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