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임경아

'사과' 없는 추모‥되풀이되는 참사

입력 | 2023-07-24 20:08   수정 | 2023-07-2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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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대낮 흉기 난동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해병대 대원의 허망한 죽음에, 한 어린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소식까지.

반복되는 참사에, 이제는 추모가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은 이제 ′나였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임경아 기자가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금요일 오후 2시.

평화롭기만 했던 한낮 도심의 일상이 느닷없는 흉기난동에 산산조각납니다.

피해자는 우리 모두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추모에도 너와 내가 따로 없습니다.

[김도균/추모객]
″저도 여기를 자주 지나가는 사람이었고, 제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 때문에 좀 더 숙연해지는 것 같습니다.″

[임익선/추모객]
<어떤 마음으로 다들 오시는 것 같아요?>
″내 아들이다 생각, 내 자녀다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잖아요. 여기 꽃 사러 오시는 거 보면 혀를 쯧쯧 차고. 어떤 사람은 와서 대성통곡을 하고.″

마찬가지로 ′억울한′ 죽음, 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는 희생 앞에선 추모와 분노가 뒤섞입니다.

그저 차를 타고 가다 영문도 모른 채 14명이나 목숨을 잃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백경열/추모객]
″사람이 죽었으니까 그거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그게 국민도 ′아 책임지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을 하지. 트럭 기사가 세 사람을 살렸던데, 그런 사람들보다 못해요.″

2년차 어린 교사의 허망한 선택.

동료들에겐 억눌렀던 함성이 추모입니다.

″지금 당장 대책수립! 대책수립! 대책수립!″

급류와 맞서야 하는 작업에 투입되면서 구명조끼 하나 입지 못한 군 장병.

[고 채수근 상병 어머니]
″얼마나 사랑스럽고 기쁨을 주고‥우리 수근이가 이렇게 됐는데‥″

국가가 부여한 의무를 수행하다, 공직에 투신해 일을 하다, 그냥 길을 가다.

잇단 참사에 국민들이 쓰러져도, 언젠가부터 권력자들의 ′사과′는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임현숙/추모객]
″저는 사실 좀 세월호 사건 생각났거든요. 이게 그냥 국민들이 알아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러고 그냥 다 떠밀어요. 예전에는 그래도 누군가 책임지고 사임을 하든가 뭐 하든가 하던데 지금은 너무 당당해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먼저 잘못을 느끼고 머리 숙이는 나라, 그런 풍토에서 진상 규명과 처벌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MBC뉴스 임경아입니다.

영상취재: 손지윤, 허원철, 이주혁 / 영상편집: 이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