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홍의표

보훈부의 역사 지우기? 백선엽 장군 '친일' 기록 삭제

입력 | 2023-07-24 20:41   수정 | 2023-07-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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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국가보훈부가 현충원 홈페이지에서 백선엽 장군의 ′친일′ 기록을 삭제했다고 공식발표했습니다.

최근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백 장군이 친일이 아니라는 데 장관직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번 결정이 3년 전 보훈처의 판단과는 정반대인 만큼, 논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국립묘지에 안장된 유공자가 누구인지 검색할 수 있는 홈페이지입니다.

국가보훈부가 운영하는 이 홈페이지에 어제까지만 해도, ′백선엽′을 검색하면 장군이라는 말과 함께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전부터는 이 문구가 더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국가보훈부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삭제했기 때문입니다.

보훈부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백 장군의 명예를 깎아내리려 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공적과 관계 없는 문구를 기재하는 건 국립묘지 설치 목적과 맞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도 ″백선엽 장군이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면서, 백 장군이 친일이 아니라는 데에 장관직까지 걸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민식/국가보훈부 장관(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이 분은 친일파가 아니에요. 제가 제 직을 걸고 이야기를 할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한 백 장군의 회고록 등을 근거로 그를 ′친일′ 행위자로 규정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3년 전 안장 기록에 ′친일′ 문구를 적시한 국가보훈처의 판단을 스스로 뒤집는 것으로, 정권에 따라 친일 여부가 달라지는 부적절한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똑같은 정부, 똑같은 대한민국 정부 부처가 어떤 시기에는 A라는, 어떤 시기에는 B라는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리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행정의 연속성이 부정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문제가 많죠.″

광복회도 ″국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성급한 판단″이라고 유감을 표하며, 원상 복구를 촉구했습니다.

보훈부 측은 백 장군 이외에 ′친일′ 문구가 표기된 나머지 11명도 유족 요청이 있다면 삭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전승현 / 영상편집: 배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