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재영

"보이지 않아도 하고 싶은 것 많은데"‥오늘 '점자의 날'

입력 | 2023-11-04 20:20   수정 | 2023-11-0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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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비장애인들에게는 편리한 시설들이 장애인에겐 도리어 장벽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이 큰데요.

오늘 ′점자의 날′을 맞아 점자로 세상을 읽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일상을 조재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고교 2학년생 공화목, 허재혁 군.

둘은 11살, 14살 때 갑자기 시력을 잃었습니다.

1년 가까이 배운 점자가 이젠 익숙하지만, 넘어야 할 장벽이 계속 등장합니다.

″이거 음료.″ <음료.> ″이것도 음료요.″

맛과 성분이 제각각이어도 점자로는 그냥 다 ′음료′입니다.

똑같이 ′탄산′이라고 적힌 캔.

알고 보면 콜라와 사이다, 전혀 다른 제품이고, 주스와 커피는 점자가 아예 없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021년 4월 20일)]
″점자를 읽어도 무슨 음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제조사들이 그저 음료, 탄산 또는 맥주로만 써놨기 때문입니다.″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바뀐 게 없습니다.

또래들이 자주 찾는 패스트푸드점은 갈 엄두도 못 냅니다.

[공화목 학생]
″<한 번 눌러보시겠어요?> …….″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망설입니다.

[공화목(18살)]
″소리가 안 나서… 안 들리네요, 이게.″

점자 없는 기계, 화면 속 ′주문하기′ 버튼을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이거… <영어로 바뀌었어요.>″

′장애인 배려 키오스크′란 게 드물게 있지만, 막상 방문한 곳에 설치된지 몰라 쓸 수 없습니다.

최근 급증한 무인 상점.

QR코드 찍기와 셀프 결제를 못 하니까 넘을 수 없는 문턱입니다.

[허재혁(18살)]
″뭔지 물어볼 수 있는 곳도, 그런 분도 안 계시고 하니까… 사용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곧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데, 문제집 구하는 것도 큰일입니다.

책 1권을 사서 복지관에 보내면, 특수 파일을 내려받는 데만 두 달 대기가 기본입니다.

[허재혁]
″수학 (문제집)을 맡기면 거의 1년 가까이 걸리는 것 같아요. 올해 1월쯤 신청한 게 이번 주에 다 왔거든요.″

출판사들이 대부분 저작권을 이유로 원본 파일을 잘 안 넘겨주는데, 요청은 쏟아지고 자원봉사자는 적고, 입시 준비하다 입시가 끝날 판입니다.

[송지숙/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학습지원센터장]
″학습을 해야 되는 책들, 이런 것들이 좀 많이 문제가 되는 거죠. 점자로 받아보셔야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눈이 어둡다고 마음까지 어두워선 안 된다″며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만들어진 지 97년째 되는 날입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권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