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송정훈

[현장검증] 침묵의 공포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실험해 보니 더 아찔

입력 | 2023-11-27 20:20   수정 | 2023-11-2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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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입니다.

요즘 이런 무선 이어폰 많이들 쓰시죠.

무선 이어폰에는 간단한 조작으로 외부 소음을 거의 완벽히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돼 있습니다.

외부 소음이 감지되면 반대 파형으로 상쇄해 소음을 없애는 방식으로 몰입도를 높이는 원리인데요.

그런 장점 탓에 정작 보행자들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얼마나 위험한 건지, 현장 검증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차량과 사람이 늘 뒤섞이는 서울 한 대학가의 이면도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낀 보행자들을 따라가며, 말을 붙여봤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못 듣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마찬가집니다.

뭔가 몰입해서 듣고 있기도 하지만, 요즘 이어폰과 헤드폰들 성능이 좋아진 탓이기도 합니다.

주변 소음을 완벽히 막아준다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입니다.

[고현석]
″차 소리가 시끄러워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주로 끼는 편이고요.″

마냥 편하기만 했을까.

[문국]
″뒤에서 오는 차를 못 볼 땐 가끔 있어요. 가운데로 가다가 뒤에서 차가 와서 깜짝 놀란 적..″

실제 이어폰과 헤드폰이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데 얼마나 방해가 될까요.

참가자 3명의 협조를 받아 도로교통공단과 실험해봤습니다.

먼저 이어폰.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켰더니 엔진소리가 큰 경유 차량도 불과 0.8m 뒤에 와야 겨우 알아챕니다.

노이즈캔슬링을 끄면 4.6m 거리에서 인지하고

주변 소음이 들리도록 조작하면 8.7m 밖에서도 차가 오는 걸 감지합니다.

양쪽 귀를 다 덮는 헤드폰 역시 비슷합니다.

노이즈캔슬링을 켜면 차가 바로 옆에 와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이 기능을 꺼도 1.3m 간격으로 접근해야 인지했고, 주변음을 허용하면 4m 거리에서 알았습니다.

소음이 더 작은 전기차는 어떨까.

저속주행하는 전기차의 소음을 측정해보면 65dB 정도인데요.

일상적인 대화 수준의 소음이라서 차량이 다가오는 걸 알아차리기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 이어폰과 헤드폰 모두 노이즈 캔슬링을 켜면 참가자들 대부분 전기차가 바로 옆까지 와도 전혀 몰랐습니다.

주변음이 들리도록 설정해도 평균 1.5미터 밖에서야 차량이 오는 걸 인지했습니다.

이처럼 다른 상황이 통제된 실험과 달리, 실제 거리는 위험 요소가 훨씬 많죠.

해외에선 종종 사고로 이어집니다.

지난 5월 미국 뉴욕 주에선 헤드폰을 낀 청소년이 철로를 건너다 기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이세원/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
″이어폰, 헤드폰에 많이 기능이 있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으로 인해서 주변 상황 소리를 더욱 못 듣게 되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이 늦어져서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전기차 등 소음이 크게 줄어든 차량들이 많아 더 위험합니다.

보행 중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게 안전하지만, 불가피하더라도 주변 소리가 들어오는 기능을 적극 활용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현장검증, 송정훈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문명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