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남효정

놀이터가 어르신 시설로‥저출생의 역습

입력 | 2024-01-01 20:20   수정 | 2024-01-0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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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저출생의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 바로 놀이터인데요.

요즘 아이들이 안 보이는 놀이터가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이젠 있던 놀이터도 속속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남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파리 모양의 미끄럼틀 지붕이 속절없이 떨어져 나갑니다.

그네는 굴삭기에 통째로 들려 나가고, 시소는 뿌리째 뽑힙니다.

아이들의 미소처럼 알록달록했던 놀이터는 금세 폐허로 변해버립니다.

놀이기구를 제거하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아파트 주민들은 더 이상 이 놀이터를 찾는 어린이가 없어지자 이곳을 주차장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1천 6백여 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 단지에서 놀이터 5개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된 겁니다.

[아파트 주민]
″요즘은 애들을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볼 수가 없고. ′아이인가?′ 하고 유모차 보면 강아지가 들어 있고.″

인근의 7백여 세대 아파트도 두 달 전 주민 투표를 거쳐 놀이터 두 곳 중 하나를 주차장으로 바꿨습니다.

[성양섭/아파트 관리소장]
″어린이들이 없다보니까 텅텅 비어요.″

단지 내 7개였던 가정어린이집은 3년 만에 4개로 줄었습니다.

[박서일/가정 어린이집 교사]
″(예전에는) 정원이 꽉꽉 채워져서 갔었는데, 작년, 올해부터는 상담도 많이 좀 뜸하고.″

사라진 놀이터는 어르신들의 운동시설로 바뀌기도 합니다.

[박준승/주민]
″걷는 걸 한 7천 보 하고 와서 여기서 이제 또 운동을 또 하고.″

이 동네 1백여 세대 중 아이가 있는 집은 두 집뿐.

옆 동네에서도 놀이터를 없애고 어르신 운동기구를 들여놓는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전국에서 철거된 놀이터는 집계된 것만 108개.

용도변경 요건이 주민 3분의2 동의에서 과반 찬성으로 낮춰진 뒤 놀이터 철거는 더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김경정/주민]
″3년 전부터 어린이가 하나도 없었어요. 저걸로 했더니 노인들은 다 좋아해서..″

흙내음 속에서 추억을 쌓고, 어울림을 배우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자라는 공간, 놀이터.

하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이제는 놀이터마저 사라지는 현실.

2024년 새해를 맞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한지은/영상편집: 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