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단비

"불나면 양동이로 끄라고?"‥소형어선 화재 사각지대

입력 | 2024-01-10 20:32   수정 | 2024-01-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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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어선에서 불이 나면 연료로 사용하는 기름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어구 때문에 작은 불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소화기 같은 소방 시설이 꼭 필요한데, 2톤 미만의 어선에는 소화기 설치가 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불이 났을 때 양동이나 두레박으로 물을 퍼서 끄라는 게 정부의 지침인데요.

김단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바다 한가운데서 검은 연기가 치솟습니다.

6톤급 어선 전체가 큰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기관실에서 시작된 불은 10여 분만에 배 전체로 번졌고 60대 선원 1명이 숨졌습니다.

2달 전,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서도 9톤급 어선에 불이 났습니다.

길이 18미터의 배가 불에 휩싸이는 데 걸린 시간은 약 30분 정도.

선실에서 갑자기 불꽃이 일어난 뒤 불이 번졌는데, 소화기로 끄려 해도 불은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배에는 기름과 플라스틱 같은 가연성 물질이 많기 때문에 한 번 불이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불을 신속하게 제압할 수 있는 소방장비가 꼭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민(음성변조)]
″(소형어선은) 거의 다 없다고 생각해요. 소화기를 비축한 사람들은 없을 거예요.″

2톤 미만의 소형 어선의 경우 화재에 더 취약합니다.

소화기 설치가 필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0톤 미만의 소형어선은 소화기 1개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2톤 어선은 조건을 붙여 면제해준 겁니다.

양동이 같은 물을 담을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괜찮다는 겁니다.

실제 취재 중 만난 어민들은 양동이나 두레박이 소화 장비의 전부였습니다.

[어민(음성변조)]
″(배가) 물하고 닿기 때문에 전부 다 물 뜨는 도구가 다 있어.″

2톤 미만의 어선에만 예외를 둔 건 소화기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입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관계자(음성변조)]
″소화기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배들이 있으니까 그 특성을 감안해서…″

전문가들은 목조나 가연성 재질로 만들어진 작은 어선의 경우 더더욱 빠른 진화가 중요하다면서, 모든 어선에 소화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MBC뉴스 김단비입니다.

영상취재 : 배준식 (여수) / 화면제공 : 여수해양경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