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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연
종이상자 테이프 안 떼도 된다?‥후퇴하는 분리배출 정책
입력 | 2024-03-09 20:18 수정 | 2024-03-0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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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택배 종이상자, 대부분 재활용을 위해 분리배출하고 계시죠.
이때 비닐 테이프나 송장은 떼어내야 하는데, 그대로 배출되는 경우가 많아서, 재활용하는 데에도 큰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는 오히려 분리배출 규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데요.
양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산 같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폐지 더미.
매일 25톤 트럭으로 80~90대, 2천 톤 넘는 폐지들이 이곳에 실려옵니다.
택배 상자부터 온갖 포장재, 사무·학습 용지 등 분리 배출된 폐지들을 재생용지로 만드는 공장입니다.
폐지들은 대형 탱크로 옮겨져 물로 풀어 헤쳐지는데, 이물질을 걸러내고 순수 종이 섬유만 건져내기 위한 작업입니다.
물에 폐상자를 풀어 이물질을 걸러내는 해리 작업을 마친 뒤에도 페트병과 천, 비닐까지 각종 이물질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 이물질들은 재생용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간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먼저 폐지에 테이프나 철심 등이 붙어있다 보니 제지업체는 종이뿐 아니라 이물질도 구입하는 상황이 됩니다.
[제지업계 관계자]
″저희는 폐기물까지 돈을 지급하고 사와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이물질들은 공정도 복잡하게 하고 설비를 훼손합니다.
[제지업계 관계자]
″폐기물이 선별 공정에 구멍을 막히게 합니다. 설비 마모 등도 생길 거 아니에요? 큰 비용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현행 분리배출 규정은 종이상자의 경우 비닐코팅 부분과 테이프, 철핀을 제거하고 압착해 내놓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재활용 현장 곳곳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연간 수집되는 폐지 800만 톤 중에 10%인 80만 톤이 이물질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는 아예 분리 배출 규정을 완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한국환경공단, 업계 등과 꾸린 자문회의에서 ′분리배출 편의를 위해 테이프나 송장 등을 떼지 않고 버려도 된다′는 의견이 나온 겁니다.
당장 환경 정책이 뒤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환경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불편들을 감수할 수 있어야 된다는 메시지를 정부가 계속적으로 줘야만 하는 것인데… 지금 정착돼 가고 있는 기준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환경부는 자문회의에서 비판 의견 등도 반영해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 허원철·남현택 / 영상편집 : 유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