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들으신 것처럼 ″국민께서 바라시는 변화가 무엇인지 더 깊이 고민하고 살피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번 총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용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번 총선은 정권심판론이 좌우한 선거였다는 데 다른 의견이 없습니다.
좀 더 직접적으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총선 참패에 대한 대통령의 첫 입장표명은 그래서 주목을 더욱 받았습니다.
하지만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당사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협박 발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줄줄이 이어지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대통령 자신은 물론, 대통령실과 연관된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었고, 당연히 책임에 대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전반기 국정 운영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받은 대통령은, 남은 임기 국정 운영을 위해선 대통령 본인이 원하느냐 여부를 떠나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본인의 다짐이나 의지에 대한 약속은 없었습니다.
정부에 대한 주문처럼, 거리감을 둔 발언이 전부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오늘, 국무회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야당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뭐 있냐는 말 안에 다 포함이 돼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말이 이미 한계를 보여 줬는데,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중에, 다시 에둘러, 가능성을 넓혀서 부연해 설명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있는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후엔 예정에 없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사과했습니다.
총선을 다섯 달 앞두고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해 11월 29일, 대국민 담화)]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기자회견도, 대국민담화도 아닌, 오늘, 십 여분 간의 짧은 입장표명 형식은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보이는 거 같아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