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해선

폭염·폭우에도 '200일 넘게 고공농성 중'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

입력 | 2024-07-26 20:22   수정 | 2024-07-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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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박정혜, 소현숙.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옥상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일본 기업의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노동자들의 이름입니다.

벌써 7개월째, 2백 일이 넘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고, 찌는듯한 더위가 몰려와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이해선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생수병 2개와 음식이 담긴 도르래가 옥상을 향합니다.

두 사람이 생수병을 건네받습니다.

이곳은 일본의 화학기업인 ′니토덴코′ 자회사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입니다.

옥상 위 사람들은 여기서 20년 가까이 일한 박정혜, 소현숙 씨입니다.

이들이 지난 1월 스스로 옥상에 오르고, 사다리를 치운 건 ′일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박정혜/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노동자]
″우리는 공장을 지켜야 된다, 이거는 절대 공장을 뺏겨서는 안 된다, 그런 마음으로 조용하게 저희끼리 올라왔어요.″

발단은 2022년 10월에 난 큰불이었습니다.

이 불로 공장이 모두 불타버리자 니토덴코는 생산물량을 한국 내 또 다른 자회사인 평택 한국니토옵티칼로 모두 옮겼습니다.

구미공장은 폐업, 고용승계는 없었습니다.

[박정혜/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노동자]
″이 회사에 오픈할 때부터 계셨던 분도 계시고, 거의 한 10년, 15년, 20년 가까이 일했던 분들인데 한순간에‥″

[소현숙/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노동자]
″저는 이제 한 16년 일했습니다. <거의 청춘을 진짜 바치신 거네요.> 네 그렇죠. 저는 회사를 진짜 회사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회사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직원 2백여 명 중 190여 명은 희망퇴직을 택했고 11명이 남아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료들은 두 사람을 위해 매일같이 물과 음식을 도르래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나영/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노동자]
″좀 얘기하면 마음이 아프네요. 저희 때문에 희생한 것 같아서. 건강이 제일 걱정이 되고요.″

폭염엔 이들이 생활하는 텐트 안 온도가 금세 40도를 넘어가곤 합니다.

현재 지상 온도는 37도인데요.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는 옥상은 이것보다 체감온도가 훨씬 더 높습니다.

이 때문에 천막 안에 있던 노동자들은 오히려 밖에 나와 열을 식히며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정혜/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노동자]
″얼음물이 생명수죠. 얼음물을 좀 안고 있으면 좀 시원해지거든요. 그러면서 그냥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노동자들은 평택에서 매주 시위를 하고 일본 본사를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회사는 오히려 이들에게 4억 원대 손배 가압류를 걸었습니다.

[최현환/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회장 (2024년 6월 25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외투자본이 특혜를 많이 누리고 있습니다. 근데 외투자본의 ′먹튀′는 법이 지켜주고 일할 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재산까지 압류하고 정말로 법이 정의가 있는지 제가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측은 ″공장이 모두 타 재가동은 불가능했고, 고용승계도 평택 공장은 법인이 달라 안됐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해선입니다.

영상취재 : 손지윤 이원석 / 영상편집 : 조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