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승지

"숨 안 쉬어져 면접장 뛰쳐나와"‥디지털 성폭력에 곪아버린 일상

입력 | 2024-08-20 20:12   수정 | 2024-08-2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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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번 사건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몇 명이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에 의한 가해′가 특징입니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들은 혹시 저 사람도 내 사진을 본 건 아닐까, 어딜 가든 불안과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요.

이어서 이승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내 얼굴을 한 딥페이크 합성물의 존재를 알게 된 뒤부터 피해자들의 일상은 점점 곪아갔습니다.

평범한 사진 한 장조차도 쉽게 찍을 수 없었습니다.

[전 모 씨/피해여성 (가명, 음성변조)]
″사진을 찍을 때 얼굴에 손을 갖다 댄다든지, 젓가락을 보이게 한다든지, 얼굴을 갖다가 합성을 못 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는 포즈(자세)마저도 제가 제한받고 있고‥″

중요한 면접에서조차 갑작스럽게 공포가 밀려와 뛰쳐나오기도 했습니다.

[전 모 씨/피해여성 (가명, 음성변조)]
″면접 때 사람들이랑 눈 마주치니까 약간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거예요. 무섭더라고요. ′저 사람들도 내 사진을 본 거 아니야′ 이런 공포심이 너무 힘들었었어요.″

개인 정보가 유포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연락이 빗발쳤고, 그 내용 또한 폭력적이었습니다.

[유 모 씨/피해여성 (가명, 음성변조)]
″′너는 어떻게든 끝까지 쫓아갈 거다. 그리고 얘가 결혼하고 애를 낳는다면 너의 애까지 이런 일을 만들 거다. 평생을 쫓아가겠다′고‥″

[차 모 씨/피해여성 (가명, 음성변조)]
″′공공장소에서 제가 치마를 입을 때마다 제 치마 속을 촬영했다 그런 거 다 갖고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제 자꾸 합리화를 하는 거죠. 그때마다 분명 찍은 사람이 없을 텐데 말이 안 된다‥″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곧바로 벽에 부딪혔습니다.

[전 모 씨/피해여성 (가명, 음성변조)]
″′해외에서 관리하고 있는 이런 SNS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이 아니면 신고가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듣고 저는 신고도 할 수 없이 그 사건을 제가 잊어가기를 바라기만 할 뿐이었어요.″

주범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몇 년째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 모 씨/피해여성 (가명, 음성변조)]
″이게 괜찮고 이겨냈다 생각을 했지만 그리고 또 2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됐음에도 여전히 저한테 엄청 큰 트라우마가 됐던 것 같아요.″

[차 모 씨/피해여성 (가명, 음성변조)]
″이제 지나가다가 누가 저를 잠깐 흠칫해서 보면 저 사람도 텔레그램 속에서 내 사진을 봤을까 그런 약간 피해 의식이 좀 일상생활에 계속 스며들고 있는 상황이에요.″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성폭력 못지않게 디지털 성폭력도 피해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길 수 있다며 법적인 처벌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MBC뉴스 이승지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 최대환 / 영상편집 : 안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