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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도 무릎 꿇린 서울 열대야, 하늘도 바다도 펄펄 끓었다

입력 | 2024-09-03 20:34   수정 | 2024-09-0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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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달 서울의 열대야가 싱가포르의 열대야보다 더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적도 부근 열대지방보다도 서울의 밤이 더 더웠던 건데요.

왜 이런 폭염이 나타났는지, 남은 더위와 태풍 전망은 어떤지 현인아 기후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올해 8월은 압도적인 1위로 기상관측 이후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을 모두 갈아치웠습니다.

특히 열대야 기록은 놀랍습니다.

8월 전국의 열대야 일수는 기상 관측 이후 처음으로 11일을 훌쩍 넘었습니다.

기록적 폭염이 닥쳤던 1994년과 2018년 8월도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서울과 싱가포르의 8월 최저기온을 비교해 봤습니다.

열대야의 본거지인 싱가포르보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높은 날이 31일 중 20일이나 됐습니다.

열대야 대결에서 싱가포르가 서울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 열기의 근원은 우선 이례적으로 팽창한 북태평양 고기압입니다.

예년 8월 북태평양 고기압은 일본 남해안 근처에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렇게 크게 팽창해 우리나라 남부와 서태평양, 중국을 뒤덮었습니다.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한반도 남쪽 지역을 거의 다 덮으면서 한 달 가까이 이렇게 정체했었던 경우는 거의 기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더 상층에는 티베트 고기압도 발달하면서 한반도가 가마솥 같은 열돔에 갇혔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괴물처럼 덩치를 키운 건 그만큼 많은 열이 공급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서태평양에서는 3가지 열원이 동시에 출현했습니다.

지난해 강하게 발달했던 엘니뇨가 뿜어낸 열기, 지구온난화로 역대 최고치로 수온이 상승한 바다가 뿜어내는 열기 그리고 태평양의 장주기 자연 변동 PDO입니다.

PDO 지수가 음일 때 북서태평양의 수온이 더 높아지는데 올여름은 PDO 지수가 관측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해 수온이 급등했습니다.

그 여파로 지금 한반도 주변은 물론 일본과 북태평양 전역에서 이례적인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올해 가장 이례적인 것은 (바다의) 고수온입니다. 제가 기후과학을 20년 이상 연구했지만, 올해처럼 이례적인 바다를 구경한 적은 없었습니다.″

뜨거운 바다는 인도양 등 곳곳에서 강력한 상승 기류를 만들었고 그 반작용으로 생긴 하강 기류는 북태평양 고기압에 힘을 더했습니다.

[예상욱/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적도 서태평양과) 북인도양 지역의 대류 활동이 굉장히 강하다 보니까 하강 기류의 센터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서쪽으로의 확장을 유도했다.″

30도를 웃도는 늦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변수는 태풍입니다.

기상학자들은 서태평양의 높은 수온과 많은 수증기, 제트 기류 약화로 9월에는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위험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편집: 유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