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차현진

유독가스 덮친 LG 인도공장‥4년 뒤 가보니

입력 | 2024-05-30 07:19   수정 | 2024-05-3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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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4년 전 인도에 있는 LG화학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돼 당일에만 12명이 숨졌고, 아직도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요.

LG화학이 현지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현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4년 전, 인도 남부 비사카파트남의 한 마을.

어두컴컴한 새벽, 한 여성이 몸을 뒤로 젖힌 채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립니다.

한 아이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에 고꾸라지는데, 일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다시 쓰러집니다.

대문 앞에도, 차 보닛 위에도 사람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고, 이들을 소방대원들이 쉴 새 없이 나릅니다.

원인은 마을을 가득 메운 희뿌연 연기.

200m 떨어진 LG화학 공장에서 800여 톤에 달하는 다량의 유독가스 스티렌이 누출돼 마을을 덮친 겁니다.

이날 하루에만 12명이 숨졌고, 585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또 반경 2km 안에 있는 2만여 명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10살 그리스마 양도 그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故 그리스마 양 어머니]
″저도 의식을 잃어 혼수상태로 병원에 갔고, 3일 뒤에야 깨어났는데 이때 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평생 남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며 의사를 꿈꿔 온 17살 챈들러 군도 그날 숨졌습니다.

의대 합격 후 받은 흰색 가운은 유품이 됐습니다.

[故 챈들러 군 아버지]
″아들도 좋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아들이 살아있었더라면 좋은 의사가 됐었을 텐데, 신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최악의 화학 참사로 기록될 사고.

참사 직후 꾸려진 인도 주정부 산하 특별조사위원회는 사고 책임이 공장 측, 즉 LG 화학에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부실한 안전관리와 위험신호 무시 등 사고 주요 원인 21개 중 20개가 회사 책임″이라고 조목조목 밝힌 겁니다.

그러면서 ″공장을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라″고 권고했습니다.

LG 화학은 사고 직후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위해 지원 전담 조직을 꾸려 장례와 의료, 생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공장은 가동을 멈춰 머무는 직원 없이 이렇게 폐쇄된 상태인데요.

주정부 권고에 따라 LG는 7백km 떨어진 곳으로 공장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지원 약속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LG화학 인도 공장 관계자 (음성변조)]
″우리는 이 일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LG화학으로부터 장례비와 보상금 등 그 어떤 연락도, 지원도 받은 적 없다는 유족들.

[故그리스마 양 어머니]
″(연락이) 전혀 없었습니다. 회사에선 아무 연락 없었고, 장례 치르는 비용도 지원해주지도 않았습니다.″

LG화학 측은 아직 사고 책임과 배·보상 범위를 놓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 적절한 지원이 어려웠다고 답했습니다.

MBC뉴스 차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