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와 신고했더니 변호사를 데려오라거나 당장 사건을 맡기 어렵다는 식의 대답만 돌아왔다는데요.
서울과 부산 등지의 경찰서를 돌다가 조사를 받는데까지 넉 달이나 걸렸다는데, 계속 보복의 두려움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김상훈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9월 캄보디아 프놈펜.
범죄단지에 감금됐던 20대 대학생 김 모 씨(가명)가 목숨을 건 탈출에 가까스로 성공했습니다.
[김 모 씨(음성변조)]
″좀 외진 곳으로 가는 와중에 ′툭툭′(오토바이 택시)에서 뛰어내리고, ′대사관까지 뛰어가야겠구나′하고 이제 대사관까지 1시간 반…″
범죄 집단에 잡혀있던 열흘은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김 모 씨(음성변조)]
″주식 리딩방, 로맨스 스캠(연인 빙자 사기)‥ 전기 고문방이라고 따로 있는데, 실제로 비명 소리 같은 게 들렸던 적도 있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극은 지난해 온라인 게임으로 친해진 박 모 씨를 만나며 시작됐습니다.
김 씨를 협박해 전세대출을 받게 하더니 이 돈을 다 빼앗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버린겁니다.
김씨 명의로 대포통장까지 개설한 모집책 박 씨는 돈을 벌라며 김씨를 캄보디아로 보냈습니다.
범죄소굴에 갇혀 도시락 배급을 했던 김 씨는 이동을 틈타 탈출했습니다.
여권도 없이 두 시간을 헤매다 한국대사관에 도착했지만, 퇴근 중인 직원이 해준 건 가족에게 연락한 게 다였습니다.
[김 모 씨(음성변조)]
″금요일 밤이고 영업이 끝났으니 대사관 쪽에서 지원해 줄 게 없으니까, 월요일 날 그냥 돌아와라.″
어머니는 당장 구출하고 싶어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외국이라 방법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고, 김 씨는 지나가던 외국인의 도움으로 주말 이틀을 버텼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귀국한 뒤엔 서울의 경찰서를 찾았지만 피해 신고조차 어려웠습니다.
[김 모 씨 어머니(음성변조)]
″캄보디아에서 이런 상황이었다고 얘기를 하는데도 전혀‥ 그렇게만 얘기하면 잘 모른다고 그냥 변호사 선임해서 하라는 식으로만‥″
피해자 모집과 대출사기, 대포통장 개설 등 범죄들이 여러 도시에 걸쳐 일어난데다 납치와 감금 발생지는 외국이다보니 선뜻 사건을 맡는 곳이 없었던 겁니다.
모집책 활동지로 추정되는 부산의 수사기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시현/변호사(김 씨 대리인) - 부산경찰청 관계자(음성변조, 작년 11월)]
″캄보디아 납치, 감금해서 내보내기까지의 과정, 그다음에 현지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했고요. 밑에 증거라고 보낸 건 사옥의 위치, 텔레그램 아이디‥ <일단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 저희 다른 것도 일하고 있는 게 있어서.‥>″
이렇게 전국을 헤매는 동안 피해자는 보복 당할까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김 모 씨(음성변조)]
″신분증 뺏겼고 제 주민등록 등본도 뺏긴 상태여서 가족이 이미 다 노출돼 있으니까‥ 최대한 집 안에만 있으려고 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올해 1월에야 처음으로 경찰에 피해 사실을 진술했습니다.
모집책 박 씨의 다른 범죄 혐의를 수사하다 연락이 닿은 거였습니다.
귀국한 지 넉 달만이었습니다.
[김성회/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할을 따지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시급히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