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인

[단독] 난데없는 체력검증?‥6년간 말 없다 "권고사직"

입력 | 2025-12-18 20:17   수정 | 2025-12-1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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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해에는 쿠팡이 입사 이후 질병을 진단받은 관리직 직원을 콕 집어서, 권고사직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입사 뒤 진단을 받고, 그로부터 6년간 아무런 문제 없이 일해온 직원에게, 석 달 치 월급을 줄 테니 나가라고 하고, 이에 항의하자 체력검증을 통과 못하면 그마저도 안주겠다고 으름장을 놨다는 건데요.

노동자 사고가 잇따르자 근무환경을 바꾸려 한 게 아니라 곳곳에서 사람을 소모품처럼 갈아끼우려 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재인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리포트 ▶

쿠팡 여주물류센터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던 40살 황 모 씨는 지난해 1월 회사 측 전화를 받았습니다.

[황 모 씨/쿠팡 전 직원]
″(쿠팡에) ′건강 관리 매니저′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건강 관련해서 이것저것 자료를 많이 달라고 했어요.″

2017년 입사 후 신장병이 생겼지만, 치료를 받으며 6년간 아무 문제 없이 일해온 그에게는 의아한 요구였습니다.

회사가 달라는 의료기록은 물론 ″일상생활과 일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의사 소견서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쿠팡은 ′3주간 재택근무′를 시키더니, 지난해 3월 회사 근처 카페에서 사직을 권고했습니다.

[황 씨]
″그런데 건강이 권고사직을 할 수 있는 분명한 사유가 되나요?″

권고사직 조건은 석 달 치 추가 급여.

[쿠팡 측 (음성변조)]
″최대한 협의를 하고 뭔가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면 배려해 드릴 거고‥″

황 씨가 1년 치는 달라고 하자 쿠팡은 강경해졌습니다.

황 씨는 쿠팡이 체력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석 달 치 급여도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사에 나와 무거운 물건을 들어보라고 했다는 겁니다.

[황 씨/쿠팡 전 직원]
″굉장히 모욕적인 부분으로 느껴졌어요. 무거운 물건을 드는 업무다 하면은 그 테스트도 납득이 가는데.″

잇단 노동자 사망사고로 쿠팡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던 때였습니다.

[이학영/더불어민주당 의원 - 홍용준/쿠팡CLS 대표 (2023년 10월 26일, 국정감사)]
″<(사망에 대해) 확실하게 미안하다고 하세요.> 의원님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안타깝다는 것은 변명인 거예요.>″

황 씨는 결국 쿠팡이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여수진/노무사]
″퇴사 강요의 수단으로 재택근무나 체력 테스트 등을 요구한 것은 심각한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내근 업무 전환 등 최대한 배려를 했지만 더 이상은 어렵겠다고 판단해 전문의 진단을 거치려 했지만 황 씨가 거부해 권고사직을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체력 검증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MBC뉴스 이재인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권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