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장인수

[스트레이트] '김학의 출금'수사하는 검찰…다른 '출금요청서' 봤더니

입력 | 2021-06-20 20:52   수정 | 2021-06-2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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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일후 ▶

일단은 김 전 차관이 피의자 신분이었냐 아니냐, 또 하나는 사건번호를 임시로 적는게 불법이냐 아니면 관행이냐.

이렇게 두 가지가 쟁점으로 보이네요.

◀ 성장경 ▶

그렇죠. 어쨌든 기소가 됐으니 재판에서 가려질 텐데요.

다만, 출국금지를 요청할 때 임시사건번호를 기재하는게 관행이었는지…

이건 과거의 출국금지 사건들을 한번 보면 어느정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장인수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과거 검찰이 다른 출국금지 조치들을 정말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처리했는지 검증해 봤습니다.

◀ 허일후 ▶

아…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 장인수 ▶

지난 7년간 수사기관이 작성했던 출국금지 요청서들을 입수해 분석했는데요.

상당수 문서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지난 2014년 이후 경찰과 검찰이 작성한 출국금지 요청서들을 입수해 검토했습니다.

먼저 2016년 서울지방경찰청이 작성한 살인 용의자 출국금지 요청서.

김학의 전 차관에게 적용했던 것과 같은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적어야 할 사건번호란이 비어있습니다.

사건번호가 없었다면, 이 출금 대상자가 공식 입건된 범죄 피의자가 아니었다는 얘기고,

있는 번호를 누락했다면, 다시 적으라고 되돌려보냈어야 합니다.

규정대로라면 이 요청서로는 이 사람에 대해선 긴급출국금지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올린 이 요청서를 제출받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걸 승인한다고 문서에 표기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서는 법무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공항으로 전달돼 출국금지가 이뤄졌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가 불법이라는 검찰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이 출국금지요청서 역시 출입국관리법 위반 이 될 수 있고, 담당 경찰관과 검사는 수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엔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직접 요청한 긴급출국금지 요청서.

이 요청서는 문서번호가 없습니다.

지검장 관인은 찍혀 있지 않고 대신 생략한다고 적어놨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기입해야 하는 사건번호란엔 ‘초기내사’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건번호를 적지 않은 겁니다.

사건번호가 없어서 안 썼는지 급해서 불가피하게 비워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절차적으로 법에 위배됩니다.

하지만 이 요청서 역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럼 긴급이 아닌, 일반출국금지 요청서는 어땠을까.

지난 2017년 서울 동부지검 검사가 법무부로 보낸 일반 출국금지 요청서.

이 요청서 역시 문서번호도 없고 지검장 결재도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검사 요청대로 사기죄 혐의를 받는 이 사람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습니다.

이들 문서만 보면 검칠이 출국금지를 하면서 관행적으로 절차를 소홀히 해온 건 아닌지 의심을 사기 충분합니다.

스트레이트는 이렇게 출국금지요청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검사들을 징계하거나 기소한 사례가 있는지 검찰에 문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검사 징계사례는 비공개가 원칙이라 공개할 수 없고, 기소 여부도 별도 자료를 관리하고 있지 않아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연주 변호사(전 검사)]
″이렇게 출금요청서 작성한 검사가 이규원 검사처럼 직원남용이나 이런 걸로 처벌받았나. 그렇지 않거든요. (피의자로) 입건 안 하고 피의자 신문 조서 쓰고 증인 신문도 하고 뭐 압수수색도 하고 그랬던 자들인데…″

[전세준 변호사]
″과거에 검찰이 그렇다고 모든 절차를 다 적법 절차를 다 지켜서 했느냐 (예를 들면) 압수수색의 위법성에 관련된 판례만 해도 수두룩 빽빽해요. 압수수색 좀 잘못했다고 너 이거 왜 절차적으로 안 지켰어 갑자기 너 직권남용이야 해서 기소해서 처벌한 사례가 있느냐 사실 전 못 들어봤거든요.″

이렇게 절차가 잘 지켜지지 않았던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9일 광주 학동에서 철거중이던 건물이 붕괴돼 9명이 숨진 참사.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조직폭력배 출신 문모 씨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문 씨가 재개발사업 조합 고문으로 활동하며 철거 공사 수주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고발생 엿새만인 지난 15일 문 씨를 피의자로 입건합니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문 씨는 이미 입건 이틀 전 일요일인 13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였습니다.

출국 시점에는 혐의가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아 미리 일반 출국금지를 요청하지 않은 겁니다.

설사 인천공항을 빠져나가기 전 출국시도가 포착됐더라도 긴급출금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피의자로 입건하기 전이라 긴급 출국금지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애당초 긴급출국금지는 범죄혐의자들이 문 씨처럼 주말이나, 또는 김학의 씨처럼 심야에 갑자기 출국을 시도하는 걸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하지만 피의자 입건, 사건번호 부여 등 절차를 지키다 보면 현실적으로는 출국을 막기 어려운 모순이 있다는 겁니다.

[이연주 변호사(전 검사)]
″야간에 김학의를 입건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하냐면 (검사가) 인지보고서를 써야 되요. 피의자 성명해서 범죄사실 쓰고 검사장한테 결재 올리고 그거 언제 합니까? 그 야간에 동부지검장 깨우고 불가능한 걸 요구하는 거죠.″

하지만 검찰은 어쨌든 긴급출금조치가 불법이라는 제보와 고발이 있었고, 이걸 알게 된 이상 수사와 처벌은 불가피 하다는 입장입니다.

대검찰청 예규에 ″검찰공무원 범죄나 비위를 발견한 경우(중략)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범죄 비위를 발견한 청에서 보고한 후 수사, 조사를 진행한다″고 돼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스트레이트가 확인한 과거의 출국금지 사례들은 어떨까.

스트레이트는 지난 9일 과거의 여러 출국금지 요청서에 사건번호가 빠져 있는 등 위법적인 요소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대검찰청의 입장을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검은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위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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