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2019년 9월 18일 부산교도소>]
경찰: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알고 있습니까. 참회할 시간을 주러왔습니다.
이춘재: 사건을 알지못합니다.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두차례의 공식 조사에서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던 이춘재는 프로파일러들이 투입되고 나서야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19일 부산교도소 징벌위원회실>]
″범행을 인정하면 한참 시끄러울 것이고, 한순간에 신상이 알려지기 때문에 가족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 걱정됩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19일 부산교도소 징벌위원회실>]
이춘재: 제가 사건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합니까.
경찰: 알려진 화성사건만 인정하면 됩니다.
이춘재: 깜짝 놀라게 해 줄까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춘재 입장에서는 과거에 연쇄살인을 했던 점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가슴에 무겁게 짐이 됐을 텐데, 그 이제 중대한 비밀을 사실은 누구에겐가는 털어놓고 자신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은 이런 이제 신뢰 관계를 지금까지 갖고 싶다는 욕망이 아마 있었던 거 같아요.″
다음날 이어진 면담에선 이춘재는 자신이 언론에 보도됐는지, 자신의 유전자가 나온 사건이 몇 건인지 묻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자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24일 부산교도소 징벌위원회실>]
″2011년 DNA를 채취할 때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밤에 화성과 수원시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기회가 됐을 때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당시 이춘재가 작성한 메모입니다.
살인 12 + 2
강도 강간 19
미수 15
이춘재는 살인 가운데 2건은 청주에서, 12건은 화성 인근에서 저질렀다고 털어놨습니다.
각각의 연도와 해당 월을 지목했고, 범행 장소까지 직접 그려냈습니다.
이춘재는 범행수법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무엇보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 의 결백이 드러났습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26일 부산교도소 보안과 조사실>]
″유일하게 술을 먹고서 한 사건입니다. 대문이 열려있어 들어갔습니다. 방안에 새 속옷이 있어 피해자에게 입혔습니다.″
담을 넘어 들어갔고, 혈액형이 B형이었다는 당시 경찰의 수사내용 전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진범의 혈액형이 O형이었음에도 애꿎은 B형 용의자들만 4만명 넘게 조사했던 겁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건 윤성여씨뿐이 아닙니다.
9차 살인 용의자로 잡힌 당시 19살 윤동일 씨.
윤 씨은 3개월간 조사 끝에 허위 자백을 했지만 유전자 검사에서 범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윤동기 (화성 강압수사 피해자 故 윤동일 씨 형)]
″동생이 ‘나는 범인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고서 다음에 면회를 갔더니 맞아서 얼굴이 막 퉁퉁 부어있더라고요. 잠을 5일 정도 안 재우고 진술서를 27번을 썼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동생이 결국은 암으로 7년 끌다가 사망했어요.″
궁지에 몰린 경찰이 폭력과 고문으로 엉뚱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몰아간 겁니다.
[윤성여]
″하룻밤은 새울 수 있죠? 3일 새면 나도 몰라.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해. 나중에 가서 보니까 내가 쓴 것도 필체가 맞지만 내가 안 쓴 것도 많아. 필체 자체가. 걔들이 써서 (지장) 찍어. 찍으면 끝나는 거야. 찍으면 시인 아니야.″
그런데 당초 경찰이 파악하고 있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총 10건이었습니다.
화성에서 12명을 살해했다는 이춘재 자백대로면 2건의 살인 사건이 더 있었던 겁니다.
그 중 경찰 조직 전체를 곤혹스럽게 만든 건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김현정양 사건입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26일 부산교도소 보안과 조사실>]
경찰: 피해자의 나이는요.
이춘재: 초등생 정도입니다. 고학년은 아니었습니다.
경찰: 아이가 어떤 반응이었나요.
이춘재: 겁먹은 상태로 가만히 있는 상태였습니다.
경찰: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이춘재: 목 졸라 죽였을 겁니다.
김현정양은 1989년 7월 7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지만, 당시 경찰은 단순 가출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30년만에 이춘재가 이 초등생을 자신이 살해했다고 자백한 겁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26일 부산교도소 보안과 조사실>]
경찰: 죽인 이후 어떻게 했나요.
이춘재: 따로 은폐하거나 한 건 아니고 그대로 뒀습니다.
경찰: 덮어놓지도 않았나요.
이춘재: 풀밭이니까 그냥 뒀을 겁니다. 그 자리가 사건 일어난 장소라 보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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