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박진준

[스트레이트] 출근하기 두려워요…위협받는 건강

입력 | 2021-07-11 20:53   수정 | 2021-07-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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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일후 ▶

최근 급성장한 IT기업들이 조직 관리면에선 성장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저는 이 지적, 상당히 와 닿았습니다.

◀ 성장경 ▶

또 어떤 직장이 됐든, 저런 폭언과 욕설을 계속 맞닥뜨리면서 일해야 한다면 출근길부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습니까?

◀ 허일후 ▶

그러니까요, 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건강에 안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데 이게 눈에 안보여서 문제거든요?

◀ 박진준 ▶

네, 그래서 저희가 직장인들의 협조를 얻어서 근무하는 동안, 또 퇴근해서 집에서 쉬는 동안 몇 가지 건강관련 수치를 측정해봤는데요.

문제가 정말 심각했습니다.

◀ 리포트 ▶

최근 국내 게임업계 5위권으로 급성장한 모 게임개발사.

이 회사 소속 10년 경력의 웹디자이너 두 명은 최근 회사 측으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직속상사가 바뀐 뒤 인사평가에서 최하등급을 연속으로 받았고, 결국 그 윗선에서 두 사람에게 권고사직을 얘기했다는 겁니다.

[게임업체 직원]
″권고(사직)의 의미도 있다는 건가요?″
[게임업체 간부]
″권고의 의미도 있고 이 사람들이 ′너 싫어해, 너 어떻게 할 거야′의 의미도 있는 거고, 또 하나는 자 이제 여기서 다시 그러면 시작할 수 있는 게 있고…″

권고 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니 그 뒤 직장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게 두 사람의 주장입니다.

[게임업체 직원]
″하나하나 다 막 싫으신 거예요. ′아니잖아, 이거 이렇게 하면 안 되잖아′ 막 이러면서 소리를 좀 지르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저희의 디자인 퀄리티가 떨어지고 있다. 혹은 뭔가 모든 능력이 너네 연차 대비 부족하다…″

이런 괴롭힘 때문에 이 게임업체를 퇴사했다는 전직 직원도 있습니다.

[게임업체 전 직원]
″′실력이 없지 않냐, 네가 이게 무슨 실력이…뭐 연차 대비해서 이게 실력이냐.′ 인격적으로 교묘하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말 같은 걸 정말 잘하거든요. 그런 무시당하고 회의할 때마다 소리 지르고 사람 무시하고…″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게임 회사의 디자이너 두 사람, 그리고 국내 유명 IT기업에서 13년째 일하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1년간 심리치료를 받은 김 모 씨.

스트레이트는 이대 목동병원의 협조를 받아 이들 3명의 건강관련 수치를 48시간 동안 측정했습니다.

세 사람은 48시간 동안 소형 혈압측정계를 몸에 부착하고 생활했습니다.

직장에 출근해 일할 때, 그리고 귀가해 휴식하고 잠잘 때도 이 측정계를 계속 부착했습니다.

또 하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 수치 측정을 위해, 이틀 동안 아침, 점심, 저녁 세 차례 타액검사용 솜을 씹은 뒤 모아서 제출했습니다.

먼저 혈압 변동 측정 결과.

정상적인 경우엔, 낮에 일할 때보다 밤에 잠을 잘 때 혈압이 10~20% 떨어집니다.

그런데 실험 참가자 3명 모두 밤에 잠을 잘 때,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우철/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혈압이 적정하게 떨어져야 그만큼 그 교감신경계 활성도가 줄어들고 부교감이 활성화돼서 숙면을 취할 수도 있고 스트레스가 그만큼 풀릴 거라고 얘기를 하는 거거든요.″

특히 게임업체 직원 A 씨의 수축기 혈압.

출근해서 일한 낮 시간 평균 혈압은 125, 그런데 취침 시간 평균 혈압은 128이었습니다.

오히려 취침 시간에 혈압이 더 높게 측정됐습니다.

낮 시간의 스트레스 상태가 잠을 잘 때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뜻입니다.

[정우철/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낮에 각성된 교감신경이 충분히 자는 동안 충분히 휴식이 되지 못한 거 같다는 의견을 낼 수가 있을 것 같고요.″

출근하는 날 아침 잠에서 막 깰 무렵에는 혈압이 131-149. 비정상적인 수치까지 크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출근을 앞둔 시간 스트레스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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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스트레스 호르몬 측정 결과.

일상생활에서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침 속에서 ′콜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 콜티졸 분비량을 측정해본 겁니다.

그런데 측정결과가 의외였습니다.

세 사람 모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콜티졸이 거의 분비되지 않았다는 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정우철/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원래 이 호르몬이 지금 거의 안 나왔다는 얘기거든요. 이게 저희가 0.054 정도가 우리가 이 기기로 잴 수 있는 최하값이에요. 이거는 뭐냐면 그만큼도 안 나왔다, 아예 안 나왔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도 아침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비교적 많이 분비됩니다.

그러다 서서히 줄어들어서 낮 시간을 지나면, 40% 정도 줄어드는 게 정상입니다.

유명 IT업체 직원 김 모 씨의 호르몬 측정 결과입니다.

아침에는 0.356마이크로그램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검출됐습니다.

정상인이라면 낮 시간이 되면 40% 정도만 줄어들어야 하는데, 김씨의 경우 아침의 5분의1 수준인 0.065마이크로그램으로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기계로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수치의 호르몬이 분비됐습니다.

이런 결과는 장기간 스트레스에 노출돼 이미 스트레스 호르몬이 고갈돼 버린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정우철/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호르몬이 나오질 않아요. 스트레스 호르몬 자체가 분비가 잘 안된다는 얘기는 너무 그동안 많이 써서 이제 더 이상 쥐어짜서 나올 게 없다, 반응이 잘 안된다. 그러니까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이렇게 되는 거고…″

설문 조사에서도 세 사람 모두 직장 문화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게임업체 직원 A 씨는 대인 예민성, 우울, 불안, 적대감 등이 위험한 수준이었으며, 직원 B 씨 역시 불안과 적대감에서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우철/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이게 좀 더 계속되면 건강상에도 분명히 뇌심혈관질환을 비롯해서 우리 흔히 뇌심혈관질환이라고 하면 풍이나 협심증 우리 흔히 이야기하는 과로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일을 많이 해서 과로사가 아니라 직장 내 스트레스 때문에 그러한 뇌심혈관질환이 발생하는 거기 때문에요. 그런 건강상의 문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소속 웹디자이너들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해당 게임업체는 자체 조사 결과 상사들의 괴롭힘은 없었던 걸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두 사람은 인사평가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인사 평가는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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