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곽승규

[스트레이트] 끊이지 않는 군軍 부실수사…왜 축소·은폐하는가?

입력 | 2021-07-18 20:36   수정 | 2021-07-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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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경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성장경입니다.

◀ 허일후 ▶

허일후입니다.

◀ 성장경 ▶

공군에서 성폭력을 당한 한 직업 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 허일후 ▶

그런데 사건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군이 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 성장경 ▶

오늘 스트레이트는 이제 더이상 믿을 수 없게 된 군 사법체계의 현실을 짚어 보고자 합니다.

곽승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 곽승규 ▶

안녕하세요.

◀ 허일후 ▶

곽 기자, 군에서 자식을 잃은 가족들은 군이 하는 수사를 못 믿겠다는 거잖아요. 문제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 곽승규 ▶

군 수사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제가 자료를 하나 준비했는데요.

군에는 수사를 담당하는 병과는 크게 두 개입니다.

우선 군사경찰 병과, 그러니까 과거 헌병으로 불렀던 병과가 있고요.

다음으로 법무병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병과 모두 사단장 군단장 지휘관 아래 있죠.

애당초 지휘관 의중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이다 보니, 수사를 제대로 하겠냐는 의심부터 받는 겁니다.

오늘은 먼저 군사경찰의 부실한 수사에 맞서 7년째 싸우고 있는 유가족 사연부터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4년 4월 7일.

육군28사단 소속 윤승주 일병이 같은 의무대 소속 선임병들의 집단 구타 끝에 숨졌습니다.

윤 일병이 선임병에 맞아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당시 군이 언론대응용으로 작성한 문건입니다.

충성클럽, 그러니까 매점에서 구매한 식품을 내부반에서 선임들과 나누어 먹던 중 가슴 등을 폭행 당해 숨졌다.

사망원인은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돼 발생한 뇌 손상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혀있습니다.

한마디로 폭행은 있었지만 음식물에 의한 질식사가 사망 원인이라는 게 당시 국방부에 설명이었습니다.

언론은 선후임 병사들끼리 음식을 먹던 중 우발적인 폭행으로 인한 불운한 사건일 뿐이라 여겼고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김정민/변호사(군법무관 출신)]
″다음날 보도되기는 취식 중에 폭행을 해서 기도에 음식물이 막혀서 죽었다. 이렇게 언론 보도가 나가고 관심 밖으로 사라져버렸거든요. 일종의 공보작전이 성공한 셈이 되어버렸거든요.″

하지만 넉 달 뒤 ′군인권센터′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의 실체를 폭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윤 일병이 우발적인 폭행이 아니라 한 달 넘게 지속된 선임병의 집단 폭행 끝에 숨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은 윤 일병을 31시간 동안이나 폭행했습니다.

쓰러진 윤 일병에게 의무대에 있던 수액을 맞춰가며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군은 가해 선임병들이 윤 일병을 죽일 의도는 없었다며 살인죄를 적용하는 대신 처벌이 훨씬 가벼운 상해치사죄로 기소했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가해자들이 지속적으로 집단폭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 당일만을 조명하며 우발적인 사고로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써 지속적인 집단 폭력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윤 일병 사건은 최근 공군 성폭력 사건과 여러 모로 비슷합니다.

우선, 사건 발생 당시에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진상이 알려지자 군은 뒤늦게 재수사에 착수했고 참모총장이 지휘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습니다.

그러나 직속 상관을 비롯한 부대 책임자들, 또 축소·은폐 수사 의심을 받는 군 수사당국에 대한 추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않았습니다.

[김진모/故 윤승주 일병 매형]
″원인이 있으니까 결과가 있었던 거 아니에요. 근데 저희 윤 일병 사건 같은 경우도 30여 일간에 폭행이 있고 나서 폭행에 의해서 사망을 했잖아요. 그러면 그 관리 감독을 했던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돼요. 근데 누가, 누군가가 책임지는 거를 꼴을 못 봐요. 군대에서는.″

재수사 끝에 윤 일병의 사망원인은 질식이 아니라 폭행이었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주요 사인은 좌멸증후군.

근육조직이 파괴되면서 생성되는 유독물질이 몸속 장기로 흘러가 생기는 병입니다.

심각한 구타로 인한 근육이 죽으면서 초래된 것입니다.

가해자들은 살인죄로 기소됐고, 주범 이 모 병장은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돼 징역 35년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가해자 처벌은 이뤄졌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군과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건 축소·은폐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지휘관과 수사관들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당당했기 때문입니다.

윤 일병의 유가족은 ′스트레이트′에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녹음파일을 들려줬습니다.

처음 수사를 담당했던 책임자 헌병 대장과의 대화입니다.

2심 법원에서 가해자들의 살인죄를 인정한 직후였습니다.

[김진모(윤 일병 매형) - 헌병대장(2015년 대화 녹취)]
″저는 지금까지도 살인죄는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변함이 없어요.″
(살인죄로 결론이 난 상황인데 지금까지도 살인죄가 아니라고요?)
″살인죄라 어떻게 결론이 났습니까? 대법원 상고중이죠.″
(근데 살인죄가 아니…)
″누가 인정했습니까 살인죄라고?″
(인정 안하면 살인죄가 아니에요?)
″살인죄가 아니에요.″
(이oo의 행동이 그러면 그게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거예요?″)
″아니 병사들끼리 죽일려고 누가 때리고 폭행을 합니까?″

질식사로 처리한 초기 수사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국방부가 오히려 자신을 칭찬했다는 겁니다.

[김진모(윤 일병 매형) - 헌병대장(2015년 대화 녹취)]
″어느 누가와도요 이만큼 꼼꼼하게 수사를 할 수 없어요.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3일동안 조사받았습니다. 수사관련해서. 그런데 ′이렇게 수사를 잘할 수는 없다′ 감사관실에서 이야기하고 갔어요.″
(감사관실에서 칭찬을 하고 갔다고요?)
″네.″

또 느닷없이 가해자들의 구타사실을 증언한 김 모 일병을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김 일병은 의무대에 입원해 있다 구타를 목격했고, 사건이 사고로 묻힐 듯 하자 폭로에 나섰습니다.

[김진모(윤 일병 매형) - 헌병대장(2015년 대화 녹취)]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요? 주위의 사람들이, 목격자들이 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잖아요.)
″목격자 누가 그랬습니까? 김oo이 이거 조서 한번 보세요. 내용 가지고 계시면. 뭐라고 진술했는지 걔가. 걔가 아주 나쁜애에요. 김oo이가. 김oo은 살인방조죄로 처벌해야하는 얘에요. 만약에 살인죄라면은.″
(무슨 살인방조에요 김oo이)
″살인방조죄죠. 만약에 살인죄가 인정되면 김oo이는 제가 고소할꺼에요. 살인방조로.″
(걔는 입실한 환자에요. 환자인데 어떻게 걔가 거기에서 살인을 막을 수가 있어요?)
″왜 신고 안했대요?″
(어떻게 신고를 해요?″)
″왜 신고를 못합니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보세요.″)

가족은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며 군 수사 관계자 30여 명을 차례로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군 검찰은 단 한 명 예외 없이 모두 불기소처분했습니다.

이들이 의도를 가지고 부실하게 수사한 게 아니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윤 일병 유 가족은 민간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국가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청구했습니다.

4년을 끌어온 이 재판은 오는 22일 선고가 내려질 예정입니다.

[김진모/故 윤승주 일병 매형]
″이번에 저희 1심 판결은 군 역사상 아주 의미 있는 판결이 될 거예요. 축소·은폐에 대해서 민간에서 단죄를 내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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