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지수M

[스트레이트] 건설사들이 차지한 지역 언론

입력 | 2021-09-05 21:08   수정 | 2021-09-05 21:40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허일후 ▶

언론사가 유력 인사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걸로 아예 사업모델을 만들었군요.

신문만 해도 영향력이 클텐데 네트워크까지.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식으로든 이 신문사와 연을 맺어 보려고 안달이겠네요.

◀ 이지수 ▶

그러다보니까 한발 나아가 아예 지역 언론사를 인수해버리는 건설사들도 상당수입니다.

복잡한 과정 거칠 필요 없이 언론사 사주로서 유력인사들과 교류도 하고, 사업도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받는 거죠.

◀ 허일후 ▶

언론 보도가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언론사 사주의 위상...

이걸 본업인 건설사업 성장의 지렛대로 삼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 이지수 ▶

네. 실제로 건설사가 지역 언론을 소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1월 CJB청주방송의 8시 뉴스

[청주방송 CJB 8시 뉴스 <2020년 1월 3일>]
″청주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신년인사회는..″

화면 중앙에 잡힌 인물은 이두영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입니다.

[이두영 청주상공회의소 회장 <CJB 8시 뉴스 2020년 1월 3일>]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도전과 과감한 투자로″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추진할 때에도,

[이두영 충북경제단체협의회장 <CJB 8시 뉴스 2020년 4월 24일>]
″청주공항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상공회의소 사옥을 옮기는 문제에도 등장합니다.

[이두영 청주상공회의소 회장 <CJB 8시 뉴스 2019년 10월 8일>]
″의원총회를 통해서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심지어 CJB 골프대회에서 시타하는 모습도 보도가 됐습니다.

이 회장은 바로 청주방송의 최대주주, 두진건설의 오너였습니다.

가족도 뉴스에 나옵니다.

적십자와 두진건설 등 지역 기업이 매년 진행하고 있는 김장 봉사.

[청주방송 CJB 저녁뉴스 <2019년 5월 10일> ]
두진, 삼보종합, 원건설의 후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인터뷰: 작년 가을 김장에 이어 올 봄 김장도 적십자 회원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요.>

행사 취지를 설명하는 중년 여성은 이두영 회장의 부인이었습니다.

CJB는 현재 기사검색이 가능한 최근 2년 간 사주 일가와 모회사에 대해 보도한 기사가 21건 이었습니다.

다른 지역 언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강원방송 G1입니다.

[강원방송 G1 뉴스<2021년 6월 1일>]
″조창진 강원도상공회의소 협의회장의 3년 연임이 결정됐고..″

[강원방송 G1 뉴스<2021년 1월 8일>]
″조창진 강원도상공회의소 협의회장은 오늘 최문순 도지사와..″

[강원방송 G1 뉴스<2021년 3월 4일>]
″제21대 원주상공회의소 회장에 조창진 현 회장이 만장일치로.. ″

뉴스에 나온 조창진 강원상공회의소 협의회장은 강원방송 최대주주인 SG건설 회장입니다.

강원도 소상공인 선결제 캠페인과 함께 올해 1월에만 4번 뉴스에 등장했고 지난 5년으로 기간을 확장하면 조 회장 일가와 회사의 등장 횟수는 무려 97번이나 됩니다.

아예 SG건설 분양사업을 홍보하는 기사가 나가기도 합니다.

[강원방송 G1 뉴스 <2018년 5월 31일>]
″도내 한 향토기업이 원주 봉화산택지에 5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분양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언론사유화라는 지적에 대해 G1과 CJB는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있어 대주주 관련 보도는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CJB는 ″다만 최대주주가 지역 경제인단체 회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무조건 대주주 관련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조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역 민방과 지역 대표 일간지 28곳 가운데 13곳이 건설사 소유였습니다.

거의 절반입니다.

SG건설이 강원방송, 두진건설이 청주방송, 삼라마이다스가 울산방송, 호주건설이 경기방송(폐업) 최대주주입니다.

호반건설은 올 초까지 광주방송을 소유했습니다.

부영그룹은 한라일보와 인천일보, 중흥토건은 남도일보, 부원건설은 중도일보 운강건설은 영남일보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력한 인사들과 동등한 위치가 되거나 오히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의 유지, 기관장급에 해당되는 그런 지위를 획득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리한 기사를 싣거나 또는 불리한 기사를 막도록 하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단 논리적 가능성은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홍보에서 더 나아가 언론사가 사주 일가를 옹호하는 방패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광주지검은 이용섭 광주시장의 동생 이 모씨를 기소했습니다.

철근 유통업자였던 이씨는 형이 시장인 광주시와 건설사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였습니다.

형에게 부탁해 민간공원 특례사업에서 건설사의 편의를 봐주는 대신에 이씨는 그 건설사에 철근 133억원치를 납품하는 대가를 챙겼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광주MBC뉴스데스크 <2020년 1월 8일>
[윤대영 / 광주지검 전문공보관]
″C그룹 회장에게 ′광주시와의 관계에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이용섭에게 알선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납품 특혜를 준 사람은 바로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었습니다.

시장 동생에 지역최대 건설사가 얽히고 공무원들의 연루의혹까지 드러나면서 사건은 지역언론에 대서특필 됐습니다.

[KBS광주 9시뉴스 <2019년 12월 4일>]
″검찰이 호반건설에서 압수수색한 부서는 3곳입니다. 중앙공원 2지구 입찰을 담당한 부서와 회계팀, 그리고 외주팀입니다.″

그렇다면 호반건설이 소유한 지역민방의 보도는 어땠을까?

광주방송 KBC에서는 검찰 수사 내용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또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에는 호반건설의 반박 입장을 앞세워 보도했습니다.

[광주방송KBC 뉴스<2020년 1월 9일>]
″호반건설은 ′광주시와의 관계에서 편의를 받기 위해 이용섭 광주시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철강업체와 철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같은 날 김상열 회장이 한 단체로부터 상을 탔다는 동정 기사도 나왔습니다.

[광주방송KBC 뉴스<2020년 1월 9일>]
″호반그룹 김상열 회장이 ′대한민국을 빛낸 호남인상′을 수상했습니다. 호남의 명예와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해 호반그룹 김상열 회장에게.. ″

호반건설은 최근 급성장세로 자산 규모가 불어나자 광주방송 지분을 처분했습니다.

방송법상 자산규모 10조 이상 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더 공격적으로 다른 언론사 인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자신문과 경제매체인 EBN을 사들인데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긴 중앙일간지인 서울신문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신문 주요 주주는 기획재정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호반건설, KBS 등입니다.

호반은 위로금 지급, 임금인상 등을 내세워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사들이려 하고 있는데 협상에 성공하면 호반 건설이 서울신문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그만큼 우리 언론들 특히 신문사들이 경영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요. 좋은 언론을 하기 위해서 최소한 필요한 그 경제적인 지원들 같은 것들이 지금의 구조에서 구독료라든지 광고 구조에서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이고요.″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이호정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장]
″저희가 어쨌든 더 우선한 편집국장 직선제를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고요. 제작 회의는 그동안 발행인이 주관을 했었는데 앞으로는 제작 회의 같은 경우를 발행인을 배제하고 편집인이 제작 회의를 주재하는 거로 저희가 이렇게 조건을 내밀고 있어요. 거기서 경영, 대표이사 사장은 빠지라는 거죠 지금.″

호반건설 측은 ″다시는 언론이 우려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편집권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이번 합의 문안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허일후 ▶

돈 줄을 쥔 건설사에게 언론은 쥐락펴락하고 싶은 홍보 수단이자,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또 경영난에 빠진 언론사들에게 건설사의 돈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도 ′건설과 언론의 유착과 야합′을 정당화시켜주지는 않습니다.

스트레이트가 끝까지 감시하겠습니다.

끈질긴 추적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