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승규

[스트레이트] 법조계 거물들이 '화천대유'로 몰려간 까닭

입력 | 2021-10-31 20:41   수정 | 2021-10-3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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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일후 ▶

곽상도 의원은 평소 의정활동에서 공직자는 가족또한 검증대상이라며 여권을 겨냥해 여러 의혹들을 집요하게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 김효엽 ▶

그랬던 만큼, 본인과 가족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무조건 아니라고만 하지 말고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좀 내놔야 할 거 같습니다.

◀ 곽승규 ▶

그렇습니다.

게다가 지금 검찰수사 흐름대로라면 뇌물을 후불제로 그러니까 미리 편의를 봐주고 나중에 아들을 통해서 받은 것이 아닌가... 이 지점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 허일후 ▶

아직 수사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자 그럼 이제 전관들 얘기 좀 해볼까요.

◀ 김효엽 ▶

앞서 잠시 이야기했지만 이 사건에 연루된 법조계 전관 인사들의 명단, 참 화려합니다?

◀ 곽승규 ▶

네 웬만한 로펌보다 낫다, 법조 어벤저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법조계 거물로 불리는 이들 전관들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화천대유가 속한 대장지구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환경청은 지난해 2월 이곳에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대장동 사업지구 북쪽에 있는 345kv짜리 고압선을 땅속에 묻는 계획을 내놓으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주민들 건강과 민원 등을 고려한 겁니다.

송전탑과 철로를 지중화하는 비용은 400억여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그러자 성남의뜰은 지중화 대신 소송을 선택했습니다.

송전탑 민원을 제기한 주민을 고발한 겁니다.

이 무렵 화천대유는 한 전직 고위 법조인을 연봉 2억 원짜리 고문으로 영입했습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입니다.

고압선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시점에 막 퇴직한 고위직 전관 법조인을 데려온 겁니다.

화천대유의 전 대표였던 이성문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성문/화천대유 전 대표(음성대역)]
″권 전 대법관님은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목 있는 대법관 출신을 영입하기로 하면서 모시게 된 것입니다. (법률 고문단이) 일을 열심히 한 건 우리 직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됐습니다.

그는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소신을 밝혔습니다.

[권순일/대법관 후보자 (2014년 8월 25일 인사청문회)]
″대법관은 법관의 최고위직으로서 국민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대법관을 마치자마자 대형 로펌에 취업한다든가 해서, 사익을 도모하는 것은 여러 가지 국민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에 법관 생활을 마치고 나면 그동안 쌓았던 경험과 깊이 생각했던 바를 저술하고, 후진을 좀 양성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을 해 왔습니다.″

재임 중에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지만, 기소도 징계도 받지 않은 채 작년 말까지 임기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퇴임 두 달 만에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변신해 매달 1,500만 원의 고액 자문료를 챙겼습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결국은 재판 과정 또는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인맥이라든지 학연이라든지 이런 거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사실상 보여준 게 아니냐, 재판뿐만이 아니고 검찰의 수사도 그랬던 거 아니냐, 그렇지 않다면 사실 고문들을 돈을 주면서까지 기업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야당은 권순일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로 영입된 배경에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재판 거래 의혹입니다.

[유상범 의원 (10월 8일 법사위 국정감사)]
″(권순일 대법관이) 화천대유라는 대장동의 시행 사업자의 대표와 주요 재판 과정에서 재판 즈음에 집중적으로 8회에 걸쳐서 개인 면담을 했고…″

그러니까 대장동 인허가권을 가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사업자인 김만배 씨의 편의를 봐줬고, 이후 이재명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게 되자, 이번엔 김만배 씨가 나서서 친분있던 권순일 대법관을 움직였으며, 결국 이 지사의 무죄가 나오자, 그 대가를 치르려고 권순일 대법관을 고문으로 영입한 거라는 시나리옵니다.

이에 대해 김만배 씨는 소설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9월 11일)]
″사법부가 세간의 호사가들이 추측하고 또 짜깁기하는 생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지사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의힘 주장을 전면 반박했습니다.

[이재명/경기도지사 (10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
″상식적으로 제가 (인·허가 시기인) 2015년에 예측을 해서 ‘내가 나중에 재판을 받게 될 것 같다, 유죄가 될 것 같다, 대법원 갈 것 같다’고 해서 미리 준비했다는 얘기는 아니실 것 같고. 그다음에 대법원이라고 하는 게 (대법관이) 열세 분이 계시는데 그중의 한 명한테 뭘 한다고 해서 되지도 않을 일이고요.″

화천대유와 연관된 또 다른 거물 법조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국정농단 수사의 책임자입니다.

그런데 박영수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 직원으로 취업한 뒤 화천대유가 소유하던 아파트를 특혜 분양받은 것 아느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김수남.

역시 박근혜 정부시절 법무부 차관 이창재.

공수처장 후보에 올랐던 전 수원지검장 강찬우.

여기에 김기동 전 부산고검장과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모두 화천대유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전직 고위 검사들입니다.

김만배 씨는 이들을 선임한 데 대해 ′좋아하는 형님들을 모셨을 뿐′이라 했습니다.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9월 27일)]
″제가 좋아하던 형님들인데 정신적으로 여러 가지 좋은 귀감이 되시고, 많은 부분을 도와주고 정신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조언해 주시는 분들이에요.″

특히 언뜻 부동산 개발과는 멀어 보이는 검찰 특수부 출신 전관들이 여럿 포진시킨 건 딱 지금 같은 일을 대비한 보험용 아니었겠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제완/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관특혜 문제는 사실상 전관 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공무원에 대한 영향력, 이거를 거액의 돈을 주고 사고파는 것입니다. 영향력을 사고파는 것이지 법적 지식을 사고파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