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박진준

[스트레이트] 집안까지 다 뚫리는 CCTV‥ 사생활은 없다

입력 | 2022-04-10 20:58   수정 | 2022-04-1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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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일후 ▶

자신도 모르게 유심칩이 만들어지고 그 유심칩으로 가상화폐까지 빼갈 수 있다, 정말 무섭네요.

◀ 기자 ▶

무엇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이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는 게 더 걱정인데요.

이런 개인 정보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사생활까지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구요?

◀ 기자 ▶

네, 사실 그게 더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길거리 뿐만 아니라 집 안 거실의 생활까지 해커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현실을 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말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거실 ′월 패드′ 해킹이 가능하다는 국내 아파트 700여 곳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아파트 거실벽에 달려 있는 월 패드는 주로 현관 방문자를 확인할 때 사용됩니다.

장착된 카메라로 경비실과 영상 통화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치가 해킹에 쉽게 뚫린다는 아파트 목록을, 누군가 유포한 겁니다.

[길영숙 / 시민]
″아기랑 있을 때 아무래도 되게 편하게 있잖아요. 그럴 때 (누군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소름 끼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렇죠. 이게 보안을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걱정되네요.″

문제의 목록에 포함된 수도권의 한 아파트.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보안업체와 함께 월 패드 해킹을 시도해 봤습니다.

불과 10분 만에 월 패드 작동 권한이 죄다 해커의 노트북으로 넘어옵니다.

해커가 거실과 안방 전등을 마음대로 켰다 끄기도 하고, 실내 희망온도를 조절해 보일러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월 패드에 달린 카메라를 켜서 집주인 몰래 거실을 촬영하고 녹화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화장실 드나드는 모습까지 그대로 화면에 담깁니다.

집안에서 나누는 대화 소리도 녹음됩니다.

[아파트 주민]
″누구에게서 감시받고 사는 삶, 너무 이렇게 오픈(공개) 된 삶을 사는 거 같은 그런 두려움이 생겼죠.″

아파트 현관문도 주인 몰래 열 수 있습니다.

현관문 비밀번호 없이도 월 패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해킹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아서 누군가 집안을 훔쳐 보거나 집에 드나들어도 알 길이 없습니다.

전기 사용량을 0으로 조작해 요금을 안 낼 수도 있습니다.

[○○보안업체 직원]
″어느 정도 네트워크 지식만 있으면 되는데 그냥 유튜브에서 나와 있는 정보를 보고 프로그래밍 쪽으로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친구들은 충분히 (해킹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한 집이 털리면 아파트 중앙 서버는 물론, 다른 집들도 모두 해커 손아귀에 들어갑니다.

아파트 각 가정의 월 패드가 단일망으로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남우기/한국기술사회 부회장]
″하나의 공용 망에 모든 세대들이 다 연결돼 있어 통합돼 있다는 게 제일 문제거든요. 그래서 한 세대가 해킹이 되면 다른 세대로 그 해킹이 전파되거나 확산할 우려가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서‥″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새로 짓는 아파트에선 세대 간 인터넷망을 분리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들에 달린 월 패드엔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문제는 그럼 옛날에 만들어진 집들 여기에 대해서는 지금 대책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부분을 참 빨리 마련해 줄 필요가 있고요. 사실은 이렇게 사고가 난 집에 사시는 분들은 카메라를 계속 테이프로 붙여놓고 살 수 없는 거잖아요.″

월 패드만 문제인 게 아닙니다.

전 세계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비추고 있는 한 해외 불법사이트.

우리나라 CCTV들도 2천 개가 넘습니다.

태권도 학원 영상을 클릭하자 교사는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고 어린이들은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성인 마사지 업소에 드나드는 사람들도 생중계되고 있고,

한 약국 CCTV로는 누가 무슨 약을 사러 왔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대전의 한 빌라 복도에 설치된 CCTV엔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힙니다.

현관문에 붙은 호수를 확인한 뒤, CCTV 정보에 표시된 건물의 위도와 경도, 우편번호까지 손에 넣으면 아무나 이 집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김선태/블록체인 보안업체 대표]
″이제 집을 비운 시간에 누가 집을 털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그런 정보들을 이용해서 굉장히 겁을 주는 경우도 사실 많아요.″

실시간 중계 사이트에 올라 있는 서울 강남의 한 당구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취재진이 당구장에 들어가고, 촬영하는 모습을 서울 상암동에서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구장 주인은 4년 전 CCTV를 설치하면서 비밀번호까지 걸어뒀는데 황당하다고 합니다.

[당구장 주인]
″저뿐만 아니라 오는 손님들 사생활이 어떻게 보면 일반 다른 사람이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길거리는 물론, 식당과 사무실에 은행까지‥

′해커들이 못 보는 CCTV는 없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김선태/블록체인 보안업체 대표]
″해커들은 또 뭘 볼 수 있냐면, 오픈(공개) 돼 있지 않은 개인이 설치한 CCTV들을 또 이제 찾아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이미 다 특화가 돼 있다는 거죠. 해커들은 거의 국내에 있는 접근 가능한 모든 CCTV들은 다 한 번씩 접근을 해봤다고 보는 게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