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인근 도로는 극심한 상습 정체 구간이다. 특히 국도 6호선은 주말이면 거대한 주차장처럼 변한다. 그래서 추진된 게 바로 서울-양평 고속도로다. 그런데 7년 동안 추진되던 노선과 종점이 어느 날 갑자기 변경됐다. 종점 변경안은 두물머리와 국도 6호선에서 오히려 더 멀어졌다. 알고 보니 변경된 종점 주변엔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몰려 있었다. 반경 5km 이내 축구장 5개 크기에 달한다. 특혜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단한다″고 했다. 1조 7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 장관 말 한마디에 백지화 될 수 있는 걸까?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왜 종점을 바꿨나? 원희룡 장관은 양평군의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양평군 입장은 달랐다. 이후 원 장관은 용역 업체가 변경안을 처음 제안했다고 했다. 용역업체가 지난해 5월 변경안을 처음 제안한 건 사실이다. 용역에 착수한 지 50일만이었다. 국책 사업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용역을 맡긴 국토부 뜻이 사전에 반영됐을 거라고 의심한다. 하지만 용역업체와 국토부는 사전에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국토부는 이 용역업체 제안을 근거로 원안보다 낫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 용역업체는 객관적 근거인 ′비용 편익 분석 결과′를 내놓지 못 하고 있다. 경제성 평가도 제대로 안 됐는데, 수정안이 낫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종점 변경 과정을 쫓다 보면 눈에 띄는 인물이 하나 나온다. 양평군청 도시건설국장 안 모 씨다. 국토부의 요청을 받고 양평군이 ′3개 안′을 검토했던 문서. 이 문서의 최종 결재권자가 바로 안 국장이다. 김건희 일가의 또 다른 부동산 특혜 의혹, ′공흥지구′ 특혜 의혹 때도 등장했던 인물이다. 당시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공무원은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면 직위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안 국장은 오히려 과장에서 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의 이름이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고속도로 종점을 누가, 왜 바꾼 건지, 백지화 선언이 법적 근거는 있는 건지, 양평군청 안 국장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또다시 밝힌 재추진 의사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과 의문점들을 집중 취재했다. 국책 사업은 수렁에 빠지고, 혼란은 가중되고 있지만, 계속되고 있는 대통령실의 침묵은 어떻게 봐야 할지도 함께 고민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