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세기의 결혼′에서 ′세기의 이혼′으로</b>
노태우 씨 대통령 취임 첫 해인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을 며칠 앞두고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 씨의 장녀 소영 씨와 당시 선경그룹 최종현 회장의 아들 태원 씨의 결혼식이 열렸다. 최고 권력자와 떠오르는 재벌 가문이 만남은 ′세기의 결혼′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최근 2심 법원은 이 가정을 파탄나게 한 책임이 혼외자를 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있다며, 무려 1조3천800억 원의 재산을 노소영 나비 아트센터 관장에게 분할해 주라고 판결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규모. 27년 전 ′세기의 결혼′이 ′세기의 이혼′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산분할을 놓고 양측이 다시 한 번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한 가운데, 대법원 판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b>■ ′선경 300억 원’.. 김 여사의 안방 비자금?</b>
앞서 1심 법원이 선고한 재산분할액은 665억 원. 2심에서 무려 20배나 늘어난 이유는 뭘까? ′맡긴 돈′ ′선경 300억 원′ 이라고 적힌 김옥숙 여사의 친필 메모와 선경그룹에서 받은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결정적 근거가 됐다. 노 씨가 건넨 이 돈이 선경그룹, 즉 SK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한 것. 그런데, 해당 메모에 적힌 ′맡긴 돈′과 ′보유 현금′을 모두 합치면 900억 원이 넘는다. 이 돈의 정체는 뭘까? 과거 5공, 6공 불법 정치자금 수사 당시 소문만 무성했던 이른바 김 여사의 ′안방 비자금′일 거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는 메모에 등장하는 노태우 씨 집권 당시 청와대 핵심 실세들을 직접 수소문해, 자금의 실체를 추적했다.
<b>■ ‘성공한 비자금’?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 더 있을까.</b>
지난 1995년 ′내란목적 살인′ 및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전두환 씨와 나란히 기소된 노태우 씨. 당시 대법원은 두 사람이 기업들로부터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챙겼다며 각각 2천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전 씨는 800억여 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았지만, 노 씨는 16년에 걸쳐 추징금을 완납했다. 그런데, 이번 이혼 소송 과정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거액의 자금이 추가로 드러났다. <스트레이트>는 취재 과정에서 김옥숙 여사가 아들 재헌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에 100억 원 넘는 기부를 해 온 사실도 처음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