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은 지금] "선율에 숨어있다" 외래문화 경계 / "버릴 게 없다" 쓰레기도 재자원화

입력 | 2020-05-30 07:38   수정 | 2020-05-3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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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북한 노동신문이 외부의 영화나 노래를 모방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 앵커 ▶

외래어 사용에 제동을 건데 이어 외래문화 침투를 경계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엔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 기자 ▶

노동신문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썩어빠진 사상 문화가 글줄과 선율 속에, 또 생활용품 속에 교묘하게 숨어 들어온다″고 적시하고 있는데요.

최근 한 대외선전매체가 올린 평양 홍보 영상, 같이 보실까요?

◀ 리포트 ▶

우리나라 사람이면 거의 다 아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는데요.

◀ 앵커 ▶

북한이 일부러 이 음악을 쓸 것 같진 않은데요?

◀ 기자 ▶

영상은 코로나 19에도 평양은 평온하다는 내용을 홍보하는 건데, 다소 엉뚱할 수도 있는 음악이 깔린 겁니다.

일부러 넣은 것 같지는 않고, 은연중에 들어간 게 아닐까, 그야말로 외래 문화가 선율 속에 숨어들어 있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 앵커 ▶

생활용품 속에 숨어들어 있다는 건 또 어떤 의미일까요?

◀ 기자 ▶

네, 조선중앙TV를 보다보면 간혹 낯익은 물건이 보이곤 하는데요.

[조선중앙TV]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그해 7월 2일 또 다시 우리 일터를 찾으시고..″

김정은 위원장이 찾았다는 평양아동백화점 놀이터 영상엔 일본 만화영화 캐릭터 풍선이, 평성의 무궤도전차 소개 영상 속 휴대전화 뒷면엔, 국내 한 포털회사가 만든 유명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 앵커 ▶

알게 모르게 외부 문화가 꽤 많이 들어가있다는 얘기인데요.

우리 노래나 영화, 드라마같은 콘텐츠는 이미 많이 퍼져 있다면서요?

◀ 기자 ▶

정확한 상황을 알기는 어렵지만,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남한 매체를 보거나 유포한 혐의로 처벌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북한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도발 행위′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거나, 노동신문이 ″한 편의 영화, 노래도 각성있게 대하라″고 강조한 것도, 달리보면 ″주민들이 외부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지 않다″ 이렇게 해석됩니다.

◀ 앵커 ▶

그런데 ′각성있게 대하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 기자 ▶

사상성을 견지해야한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영화 ′기생충′에 대한 평가에서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대외선전매체는 ″한줌의 부자가 다수 민중을 지배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도려냈다″며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이 영화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 앵커 ▶

사실 북한이 외래 문화를 단속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최근 유독 더 강조하는 것 같아요?

◀ 기자 ▶

네, 북한은 이미 2015년 형법을 개정해 외래 퇴폐문화를 보거나 듣기만 해도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했는데, 올 초에는 다시 ″퇴폐적 문화를 유포하는 현상을 다스릴 수 있도록 법을 세분화하고 보충해야 한다″며 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외부 문화 유입을 더 철저히 막겠다는 거네요.

◀ 기자 ▶

네, 여기에다 인사법도 전통에 맞게, 머리스타일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북한이, 주민들의 사상적 동요를 막기 위해,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사상 단속도 중요하지만 당장 자원부족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잖아요?

◀ 기자 ▶

네, 그래선지 북한 매체들은 연일 재자원화, 그러니까 재활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리포트 ▶

[전봉철/평양금속건재공장 작업반장]
″우리 직장에서는 생산과정에 나오는 자투리 거울로 여러가지 형식의 장식 거울과 손거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네, 북한 방송에선 이처럼 각 공장과 기업의 재자원화 사례를 소개하며 독려하고 있는데요.

노동신문은 사설을 통해 ″폐기 폐설물도 빠짐없이 회수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앵커 ▶

폐기물까지 재활용한다는 거네요.

◀ 기자 ▶

그렇습니다.

부직포를 생산하는 공장에선 남는 부분을 이렇게 솜으로 만들어 쓰고요.

가구공장에선 버리는 자투리 목재를 이어붙여 다시 가구를 만드는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 앵커 ▶

그냥 보기에도 자투리 나무를 다닥다닥 붙여놓은 것 같네요.

◀ 기자 ▶

네, 여기에다 플라스틱 조각을 모아 다시 쓰는 건 물론이고, 타고 남은 석탄 찌꺼기는 벽돌로, 가정에서 나온 쓰레기는 비료나 가축 사료로 각각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류영수/평양고기생산기업소 직원]
″부엌 오물을 발효 처리해서 양어와 축산부문에서 알곡먹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 앵커 ▶

그야말로 ″버리는 것 없이 모조리 다시 쓴다″ 이렇게 보입니다.

◀ 기자 ▶

네, 만성적인 자원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대북제재와 코로나 19 여파로 외부 수입이 더 어려워졌잖아요.

이 때문에 최근 더욱 재자원화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 앵커 ▶

박 기자, 오늘도 북한소식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