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김여정 부부장이 중대조치가 취해지면 비핵화를 할수도 있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정승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17일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입니다.
[조선중앙TV/6월 17일]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
여기서 말하는 한미실무그룹은 한미워킹그룹인데, 남북관계파탄의 중요 요인으로 지목한 겁니다.
도대체 한미워킹그룹이 뭐기에 북한이 이러는 걸까?
2018년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제안에 의해 11월 출범했는데, 북한 비핵화, 남북협력, 대북제재를 수시로 조율하는 한미간 협의체입니다.
그런데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워킹그룹은 남북교류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 해 겨울 독감이 유행해 우리 정부가 북한에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 20만 명분을 보내기로 했는데
[이도훈/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2018년 12월 21일)]
″우리 북한 동포들에 대한 타미플루의 제공도 해결이 됐습니다.″
워킹그룹에서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시간을 끌다 못 가게 된 겁니다.
문제가 된 건 인도적 지원품목인 타미플루가 아니라 타미플루를 싣고 갔다가 돌아올 트럭이었습니다.
트럭은 북한이 차대를 개조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로 쓸 수 있어서 UN제재 품목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허가할 수 없다는 건데, 우리 정부는 북한에 트럭을 주는 게 아닌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입장이었습니다.
[문정인/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격동의 한반도, 문정인·이종석 대담′/7월 1일)]
″우리 정부 입장은 그게(트럭이) 왜 반출이냐, 가지고 돌아오는 건데 이런 거 가지고 논의하면서 두 달 이상 끌었을 거예요. 북한에선 개성 쪽에 와서 수령하려고 기다리다 안 오니까 그냥 독감철 지나고 시간 지나면서 파행으로 끝났거든요.″
이런 식으로 남북 교류 사안마다 워킹그룹 회의를 거치면서 교류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자 그러지 않아도 위태로웠던 남북 관계는 더 악화됐습니다.
미국은 최대치로 압박해오고 우리 정부는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통일부는 지난해 한동안 워킹그룹 참석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문정인/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우리가 원칙을 정하고 미국에 이야기하면 되는 건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작년 하반기 같은 경우는 통일부가 워킹그룹에 참여 안 하고 보이콧 하고 했는데 그걸 일찍 했었어야 되는데 너무 늦게 했죠.″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긴장이 고조되자 여당 내에서는 아예 워킹그룹을 해체해야한다는 주장이 이어졌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워킹그룹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인영/통일부 장관 후보자 (7월 6일)]
″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 이런 것들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는게 평소의 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워킹그룹의 순기능이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제재는 미국 재무부·상무부·국무부 차원의 제재와 UN 제재로 나눠지는데, 워킹그룹이 없다면 우리가 북에 제재 품목을 보내기 위해 이들을 일일이 접촉해 협상해서 제재면제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보다는 각 대북제재 담당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워킹그룹에서 조율하는 것이 오히려 빠르고 절차를 줄여준다는 겁니다.
[박인휘/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우리가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미국을 신속하게 설득할 수 있는 측면도 있고요 대안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생겨난 정책 조율 창구 자체는 유지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워킹그룹 운용에서 관건은 미국을 설득할 논리와 근거, 모니터링 등입니다.
최근 방한했던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상황관리의 필요성을 내비쳤고 김여정 부부장도 올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없지만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라면서 협상의 여지를 열어 놓았습니다.
이런 분위기와 공간을 활용해 남북 관계개선과 협력사업을 재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서, 한미 워킹그룹 운용에도 유연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