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인자? 후계자? 김여정은 어디에

입력 | 2020-08-29 06:39   수정 | 2020-08-2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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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으로, 권력 심장부에서 실세로 활약하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은 늘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2인자다, 심지어 후계자다, 아니다, 말들이 많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선 김여정은 최근 한달 동안 각종 주요 회의 등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요.

어떤 이유일까요? 최유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주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입니다.

[하태경/국회 정보위 통합당 간사 (지난 20일)]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왔고 김여정이 국정전반에 있어서 위임통치하고 있다″

[김병기/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 (지난 20일)]
″국정 전반에 관해서 김여정이 관여하는 건 맞습니다. 그렇다고해서 김정은이 하는 걸 김여정이 만기친람하는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후계자로 지명된 것도 아니고,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과 절대권력은 여전하다고 설명했지만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증권시장까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이번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김여정의 위상과 역할이 관심거리였습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김여정이 노동당의 핵심중 핵심인 조직지도부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며, 대남 대미 전략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북한 통일전선부는 지난 6월 김여정에 대해 ″대남사업을 총괄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국에 대해서도 본인 명의의 담화를 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그렇다고 해서 ″김 부부장이 2인자나 후계자의 위상을 확립해 전권을 행사한다고 말하는건 무리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조금씩 결이 다른 국정원, 국방부, 통일부의 평가에 대해 CNN은 ″현역 관료들이 특정 첩보를 두고 엇갈린 평가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립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그가 맡고 있는 공식 직책을 넘어서는 영향력도 행사를 하고 있거든요. 백두혈통이라는 특별한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후계자는 아니지만 사실 명백한 2인자 지위를 갖고 있다라는게″

혈통이라는 특수 관계만으로도 이미 2인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엄연한 노동당 내 공식 지위와 부족한 실무 경험 등을 볼 때 2인자로 부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당 업무라든가 국정 업무에 사실상 경험이 상당 부분 적은 김여정이 조직 지도부 전체를 실질적으로 관장한다라는 것은 쉽지 않은 얘기입니다″

특별한 위상을 가진 것은 맞지만 이걸 실제 국정운영에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김여정은 지난달 27일 전국노병대회 참석이후 한달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추측이 나옵니다.

먼저 최근 열린 당 회의들이 대외 업무와는 관계없는 수해나 코로나 등 재해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대미와 대남 부분을 총괄하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실제 영역, 소위 이제 담당하는 영역과는 조금 다른 영역들입니다. 자리에 없다고 해서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상하다라고만 보기는 좀 힘들다라고 보여지고요″

또 임신이나 출산을 포함한 건강 등의 문제라는 추측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른 견해는 ′근신′설입니다.

지난 6월 대북 전단 처리과정에서 김여정이 주도하고 예고한 대남 군사 대응이 갑자기 중단된 것과 관련있다는 겁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김여정이)남북 관계를 대적 관계로 전환 시켜라 이렇게 지시까지 했었는데, 그걸 김정은 위원장이 중단 시키지 않았습니까? 김여정 제1부부장의 체면이 좀 구겨진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스스로 당분간 대외 활동을 좀 자제하는 그런 측면도 있지 않은가″

한국 등 외부에서 자신을 후계자나 2인자로 거론하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에 공개활동을 자제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은 유일영도체제이기때문에 2인자가 있을 수 없고, 특히 외부로부터 후계자로 평가받는 것은 최고 지도자로부터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김여정 스스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은 현재 태풍, 수해 복구와 코로나 방역, 경제 건설에만 집중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진두지휘를 하는 상황.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포함해 새로운 대내외 전략들은 내년 1월 열릴 당 대회까지 유보했기 때문에 김여정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당분간은 그 역할이 두드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내년 1월 8차 당대회까지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새로운 대북제재를 하지 않는 한 김여정의 언행은 신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통일방안이나 대외정책이 채택된다면 다시 메시지를 통한 김여정의 존재감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결정된 뒤 열리는 8차 노동당대회에서 새로운 노선과 정책, 그리고 당 조직과 인사를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의 역할과 위상도 좀더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