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합니다. 그래도 낮에는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더라고요.
그렇죠. 이 가을은 하늘이나 이 단풍나무 자연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옷차림에서도 엿볼 수 있잖아요. 코로나19 때문에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가을 옷에 좀 눈길이 가던데요.
맞습니다.
그런 만큼 이 가을을 패션의 계절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어떨까요? 오늘 이야기 나눌 두 분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저는 사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패알못′이라 딱 봐도 무난한 옷, 그런 옷을 즐겨 입는데 차미연 아나운서는 옷 잘 입기로 소문났잖아요. 관심 좀 많으시겠습니다.
패션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유행 정도 이 트렌드는 좀 지켜보는 편이거든요. 올 가을 대세는 바로 뉴트로라고 합니다. 복고에 새로움을 더한 편안한 옷들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이렇게 매해, 계절마다 패션 트렌드가 있잖아요. 강미진 씨는 남한 생활 초창기에 좀 힘드셨겠습니다. 적응하느라.
힘들었다는 정도가 아니죠. 사실은 이제 북한에서는 고정돼 있잖아요. 잠바 아니면 치마저고리, 스커트, 양복 이게 딱 매어 있었는데 제가 한국에 나와서 이제 옷을 좀 사려고 하루 종일 돌았는데 옷을 끝내 못 고르겠더라고요.
북한에서 지금 잠바 아니면 치마저고리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저만 해도 북한하면 그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거든요.
아무래도 북한은 이렇게 개성을 막 드러낼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보니까 획일적인 스타일의 옷들을 주로 입고 이제 저희도 북한을 떠올리면 그런 것들이 먼저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진을 보면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는데요. 이제 북한에다가 옷을 좀 들여보내는데요. 3~4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옷을 이제 제가 보내면 파인 건 못 입는다. 이런 형태의 디자인은 여기에서는 안 먹힌다.
보내지 마라. 이런 게 되게 많았거든요. 그런데 2018년인가 그 이후부터는 우리 딸 애가 최근 젊은 애들이 입는 옷을 잘 입잖아요. 그 옷을 보내도 다 소화가 된대요. 다 보내달라는 거예요.
그렇군요. 북한 패션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올가을 겨울 북한에서는 어떤 게 유행 패션일까요? 북한 텔레비전에 나왔거든요. 한번 보시죠.
여기는 을밀대 피복 전시장입니다.
저게 어른들 색상이 아니에요. 유치원 아이들 이런 색상이거든요. 어른들이 저걸 소화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2000년대까지는.
옷은 옷 형태부터 보지 않습니다. 시각적으로 볼 때 먼저 색입니다. 밝은 옷을 입고 부서에 들어갔다고 해보십시오. 희열과 낭만, 뭔가 생기발랄하고 정열이 불타는 이런 동무가 들어오면 이 부서 일이 잘되겠구나. 어디까지나 옷을 밝게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볼 때는요. 20년 전쯤 아나운서 옷 같은 그런 느낌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제가 작은 양장점 같은 데에서 보던 옷의 약간 스타일인데.
맞아요.
새롭게 개성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다른 하나의 주장입니다.
여러 가지 색깔로 밝고 다양하게 조화롭게 입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럼 우리 잠시 인상 깊은 영화의 장면을 펼쳐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도안을 이렇게 많이 그려야 합니까?
이게 뭐 많은가요?
아니 그럼...
자연계의 수백만 가지 꽃이 있어도 어느 꽃 하나 서로 같은 꽃은 없잖아요. 백이면 백, 천이면 천 사람이 다 자기 연령과 취미에 따라서 옷에 대한 요구도 서로 다른 거예요.
저 꿈 많은 처녀 저 영화 한때 북한에서도 인기였는데 나라가 어려움을 겪던 고난의 행군 강행군 시기에 나부터도 생활을 소박하고 검박하게 한다고 하면서 될수록 옷도 컴컴한 색깔로 만들어 입기 시작했습니다.
밝게 입는 것이 점잖지 않다고 해서 평상시 어두운 것을 해 입어야 마음이 편안하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그게 지금에 와서 보니까 낡고 뒤떨어진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옷을 밝고 다양하게 입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에 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옷차림에서 색의 조화와 배색을 통한 효과를 잘 이용하는 것입니다.
세 가지 색의 경우에는 약간 조잡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장식, 자기가 강조시키고 싶은 곳 이렇게 소매 끝이라든지 배합해 주면 옷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너무 많은 색을 이렇게 다 넣지 말라 이런 건 패션 꿀팁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렇죠.
나날이 발전하는 우리 시대의 문명 수준에 비끼도록 누구나 입는다면 우리의 거리는 더 환하고 우리의 생활은 더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북한의 올 가을, 겨울 패션을 봤는데요.
전체적으로 올해는 컬러를 강조한 것 같습니다. 두 분 어떻게 보셨어요?
실제 저희가 있었을 때 옷은 그냥 거무튀튀라는 그 단어가 이제 공식적으로 틀에 박혔는데 지금은 너무 화려하니까 입을 못 다물 정도예요.
강미진 씨 북에 계실 때 저런 색깔 옷을 입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떤 반응이 나오나요?
저런 색상에 저런 디자인의 옷을 입었다면 일단 정신이 단정하지 않은 사람으로.
사상에 문제 있다. 이렇게.
그렇죠. 그래서 여성들이 좀 화려한 색을 입는다는 건 좀 놀새~ 날라리. 이런 식으로 표현이 많이 됐기 때문에 사회주의 생활 문화 양식에 맞는 의상을 입어라.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나서서 주민들 옷차림까지 신경 쓰면서 이렇게 입어라.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뭐 때문일까요?
사실 북한이 그 꼭 패션 뿐만 아니라 지난 한 10년 동안 그 평양도 보시면 아주 형형색색 아주 화려한 색깔들의 건물들이 막 올라오고 있거든요. 그리고 야경도 아주 컬러풀하게 꾸미고 있잖아요. 그런 점을 볼 때 북한이 어쨌든 좀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도시 전반을 좀 화려하고 생기 넘치게 만들고 싶고 그것이 이제 주민들의 패션에도 조금 스며들기를 바라는 어떤 당국의 전략적인 판단이 이런 방침으로 내려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핑크나 노랑을 입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무채색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반대로 갈 수 있죠.
반대로 밝게 안 입으면 막 오히려 규찰대에서 왜 밝게 안 입으세요? 이렇게 할 수 있는 건가요? 어때요?
사실 이제 국가에서 강조하는 건 그대로 따라가는 게 북한 스타일이죠. 국가에서 밝은색을 입어라 하면 밝은색을 입으라고 하는 거죠.
그 밝은색 옷들이 많아진 걸 북한에서 오신 분 입장에서 보기에는 굉장한 변화다 이렇게 느끼실 수 있겠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이게 뭔가 옛날 패션 같다 이런 생각도 약간 들거든요.
어렸을 때 주로 봤던 그런 패션 같은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문가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패션 디자이너께 여쭤봤습니다.
과연 어떻게 평가하실지 궁금한데요.
일단은 패션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형이에요. 실루엣이라고 하는데 간단하게 들어간 프릴이나 웨이브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거. (하지만) 굉장히 브이넥이 없어요. 브이넥이라고 하는 건 약간 노출을 가져올 수도 있고 미니사이즈, 미니스커트라든지 혹은 굉장히 길다든지 이런 실루엣의 변화는 없고 굉장히 정해져 있어요.
지금 시대의 북한과 60~70년대 한국 패션과의 유사성이 있다고 보자면 굉장히 정적이고, 굉장히 단정해 보이는 느낌? 60~70년대 같은 경우에는 이게 개발도상국의 첫발이고 그 당시에 모든 경제 활동에 시점이 제조하고 생산이었어요. 공동체적인 성격이 많고 이게 뭔가 혼자 남다르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있지도 않았고 팔지도 않았고. 지금의 그 북한에서 컬러를 강조하는 이패션은 우리나라 그 60~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있던 시대에 그 생산 베이스에 있던 사람들의 컬러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우리 이 남한의 60, 70년대 스타일과 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굉장히 옛날 스타일 같아요. 사실 80년대, 90년대만 해도 굉장히 패션이 과감했기 때문에. 60, 70년대까지도 거슬러 가는 것 같은데요. 북한도 이 의류 쪽을 산업적으로 어떤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굉장히 노동을 집약시켜서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 중의 하나가 뭐 패션, 의류, 피복이거든요. 그래서 아마 당국에서도 이런 쪽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서 앞으로 전 가능성을 좀 보고 있는 역점 사업으로 삼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패션이라는 게 상당히 빠르게 유입되는 문화잖아요. 이게 뭐 특히 젊은 층은 외부 문화에 민감하기도 할 텐데 북한도 좀 이런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통제가 또 심한 건 있습니다. 흔히 이제 한국에서는 일할 때 편하게 입는 게 청바지잖아요. 저도 청바지를 2008년에 농촌 지역에다가 팔고 저도 맞춤 청바지를 하나 입었는데 제가 걸렸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미국 놈 바지라고 입지 말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때 딱 드는 생각이 바지에도 뭔 사상이 있을까. 그게 딱 의심이 되더라고요.
그때는 못 팔았는데 지금도 청바지를 못 입나요?
지금도 못 입죠.
청바지라는 게 어떻게 보면 하나의 그냥 의복의 종류기는 하지만 어떤 자유를 좀 상징하잖아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못마땅한 옷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청바지가 굉장히 인기가 있었다고 해요. 혼자 집에서 입으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만큼 외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약간의 그런 일탈들을 하면서 그런 옷들을 사 입고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또는 개성을 담은 이런 식으로 좀 변할 수 있을까요?
뭔가 개성의 존중, 개성의 폭발로서의 패션이라기보다는 산업으로서 어떻게 국가가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가. 아무래도 이제 주민들이 좀 다양하게 입을 수 있어야 그만큼 패션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그런 관점에서 어쩌면 이 피복 산업을 주목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좀 듭니다.
패션이라기보다는 피복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변화를 좀 알아봤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북한의 겨울철 패션을 좀 알아볼까 합니다. 북한은 겨울이 빨리 찾아오고 춥기 때문에 벌써 겨울옷 준비가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다음 시간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