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가을하늘 아래 다시 열린 DMZ

입력 | 2020-11-07 08:04   수정 | 2020-11-0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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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넘게 중단됐던 판문점 견학이 어제부터 재개됐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경기도 파주 등의 비무장지대, DMZ를 둘러보는 관광도 다시 시작됐다는데요.

이상현 기자가 그 현장에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공동경비구역, 판문점이 오랜만에 북적거립니다.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이 다시 문을 열었고, 재작년 남북정상이 처음 만났던 군사분계선도 모처럼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두 정상의 ′산책환담′ 장소였던 도보다리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중단됐던 판문점 견학이 다시 시작된 겁니다.

[이인영/통일부 장관]
″우리는 그동안에 방역당국과 감염병의 차단통제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상의하고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판문점 견학을 재개해도 된다, 이런 판단을 했습니다.″

판문점 견학 지원센터도 새로 문을 열었는데요.

기존에 30~40명씩 단체로만 운영되던 견학이 이제는 5명 이내 가족과 개인 단위로도 가능해졌습니다.

또 만 10세부터이던 견학가능 연령도 만 8세부터로 확대됐고, 2주일 전까지 온라인 사전신청을 통해 하루 2차례, 한번에 40명씩 견학이 이뤄집니다.

판문점에서 남쪽으로 10킬로미터정도 떨어진 파주 임진각.

[이상현/통일전망대]
″비무장지대 연계관광, 파주 DMZ투어도 최근 1년만에 다시 시작됐습니다. 이곳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건데요, 저도 한번 따라가보겠습니다.″

1953년 공산군 포로였던 국군들이 자유를 찾아 귀환했던 자유의 다리.

한국전쟁 당시 피폭된후 비무장지대에 방치돼 남북분단의 상징물이 돼온 증기기관차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시민들을 맞았습니다.

실향민의 염원을 담은 철책의 리본들은 거센 가을바람에 하염없이 휘날렸고, 망배단 주변엔 남북의 아픈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생겼습니다.

[김숙봉/경기도 이천]
″고향은 그쪽(북한)이 아닌데, 장인어른이 납북됐어요 6.25때. 그래서 오게 됐어요. (보니까 어떠셨어요?) 보니까 마음이 짠하고 좀 그렇네요.″

임진강을 가로질러 민간인통제선을 넘어갈 수 있는 곤돌라.

본격 운영을 시작한지 한달밖에 안됐지만 벌써 새로운 명물이 되고 있습니다.

[이상현/통일전망대]
″새로 생긴 곤돌라 내부입니다. 이걸 타면 민간인 통제구역 안쪽으로 오갈 수 있는데요, 이렇게 투명한 바닥을 통해 임진강도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민통선 안쪽에 내리면 과거 미군기지였다가 숙박형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캠프 그리브스가 나타납니다.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인기몰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바로 옆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녘땅.

끊어진 남북의 철길이 스산한 가을풍경을 더욱 쓸쓸하게 만듭니다.

어렵게 다시 문을 연 관광지여서인지 가는 곳곳마다 방역시설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창우/파주시 관광사업소]
″관광객과 아프리카 돼지열병 감염원과의 원천차단을 위해 차단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또한 요즘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저희가 매표소부터 관람까지 이중삼중의 방역조치를 거치고 있습니다.″

다시 임진각으로 돌아와 더 북쪽으로 향해봅니다.

[이상현/통일전망대]
″도로에 설치된 이 파란선이 바로 남방한계선입니다. 이 안쪽이 비무장지대인건데요, 차량을 타고 한번 들어가보겠습니다.″

1978년에 발견됐던 제3땅굴.

연평균 60만명 이상이 관람하던 대표적인 관광지로, 걷거나 모노레일을 타고 땅굴 내부로 들어갑니다.

군사분계선 바로 앞까지 가볼 수 있어서 안보교육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최영준/경기도 성남시]
″봄나들이로 오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확 확산됐었잖아요. 그래서 가만히 있었는데 계속 안 멈추니까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가보자 해서).. 거리두기 하면서 온거죠.″

[김용원/초등학교 4학년]
″제가 책에서 찾아봤고 너무 오고 싶어해서 갑자기 오기로 했어요. (여기를? 왜 갑자기?) 제가 너무 가고 싶어해서 엄마가 제가 하도 가자고 하니까 엄마가 인터넷에서 찾아봐서 연다고 해서 왔어요.″

역시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서부전선의 최북단 전망대.

북한 지역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무료 망원경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이상현/통일전망대]
″제 옆으로 보이는 저곳이 개성공단입니다. 이곳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데요.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깝게 느껴집니다.″

지난 6월 북한이 폭파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바로 옆의 높은 건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의 손상된 모습만이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전망대에서 10킬로미터정도 떨어진 개성공단 뒤로는 개성 시내가 그 윤곽을 드러냈고, 그 오른쪽으론 누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송악산이 고운 자태를 뽐냈습니다.

[조위근/경기도 파주시]
″송악산하고 저쪽 개성시내하고 봤는데, 아 빨리 가보고 싶네요. (고향이 그쪽이세요?) 아니요, 우리 동족이니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곳, 북한.

북한에도 가을은 한창이었고, 하나가 되고 싶은 우리의 염원은 이렇게 다시 기지개를 켰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