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프간 사태, 남북미관계 변수되나?

입력 | 2021-08-21 07:34   수정 | 2021-08-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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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지금 세계의 이목이 아프간으로 쏠려 있습니다.

미군이 아프간을 떠나고 아프간 시민들이 탈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베트남 패망 당시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는데요.

◀ 차미연 앵커 ▶

국제정치의 냉정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또 북핵문제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 김필국 앵커 ▶

아프간 사태의 파장이 과연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시작한 아프간 전쟁은 20년만에 미국의 철군과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미국이 떠나는 공항에는 아프간 시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집니다.

1975년 사이공 함락 당시 ′사이공 탈출′이 재현됐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스칼리스/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며칠 전 바이든 대통령은 사이공에서와 같은 대사관 헬기 대피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 보세요 이건 바이든의 사이공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익이 없는 곳에 미군을 보내 희생시킬 수 없다면서, 철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먼 나라 아프간 사태에 우리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정책도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b>##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약화?</b>

아프간과 한반도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가 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텐데, 아프가니스탄하고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죠, 아프가니스탄과 같이 한국이 내전 상태가 아니잖습니까″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주한 미군 감축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설리번/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전 상황이 아니라 잠재적인 외부의 적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동맹을 외부의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고, (아프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동맹간 약속보다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웠다는 대내외적인 비판에 직면한 바이든 정부가 오히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더욱 과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주한미군같이 70년에 걸친 한미동맹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관계가 있는데, 일방적인 변동을 준다면 국제 질서에 대해서 미국의 미래, 비전, 새로운 근본적 전환을 추구하는 게 아닌가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아프간 철군을 계기로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신범철/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아프간은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 다음에 전략적 중요성이 줄어드는 지역이고 반대로 한반도는 미국이 중국과 전략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지역이다.″

한편으로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중국이 아프간과 인근 중동지역에서 ′일대일로′ 사업 등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역할 강화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재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주한 미군이 과거처럼 북한에 대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는 거죠.″

<b>## 남북 · 북-미 관계 영향은?</b>

미국은 당분간 아프간 사태 수습에 전력을 기울일수밖에 없는 상황, 당장은 북한문제의 우선순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신범철/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북한 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먼저 양보를 하면서 관여를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보고요 아프간에서 빠진 바이든 행정부가 뭔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타깃으로 삼을 건 중국, 중국하고의 대결 구도를 만든다거나″

하지만 아프간 사태가 어느정도 가닥이 잡히면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거두려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북한은 아프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미 전략을 숙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금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는건 바람직하지 않고 미국과 협상을 원하고 있고, 아프간 문제로 역설적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에 탄력을 더 받을수도 있거든요, 미국의 외교력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문제는 북한이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입니다.

[신범철/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을 무력화시킨 것처럼 북한도 자신들이 보유한 핵무기로 한국군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거예요.″

내부적으로도 미국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선전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아프간에 집중된 미국의 관심을 끌고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습니다.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군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정치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미동맹과 동시에 자체 안보역량과 다층적인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기본적인 우리의 자위 능력을 어떻게 증대시킬 것이냐 그런 효용성이 있어야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안보 영향도 인정을 받는거고″

아프간 사태의 파장이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긴장을 넘어 미중 패권 구도의 심화,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 격변기에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고 정세 전환의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과 지혜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