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영변 핵시설 무슨 일 벌어지고 있나

입력 | 2021-09-04 07:34   수정 | 2021-09-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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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북한의 핵시설 단지 영변에서 핵 활동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국제원자력기구가 심각한 골칫거리라고 표현할 만큼 위험한 움직임이라는데요.

영변은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곳이죠?

◀ 김필국 앵커 ▶

지금 영변에선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또 북한이 영변에서 활동을 개시한 이유는 뭔지,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평양 북쪽 90km, 영변에는 북한의 각종 핵시설과 핵역량이 집중된 대규모 단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1960년대 소련에서 들여온 연구용 원자로부터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형 원자로, 그리고 건설중인 실험용 경수로도 있습니다.

아래쪽으로는 방사화학실험실과 우라늄 농축 시설까지 관찰됩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수로가 보입니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인근 구룡강 사이에 연결된 새 수로를 통해 냉각수가 방출된 정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2년 8개월만에 원자로를 가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상민/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터빈을 통과하고 나오는 수증기를 냉각수로 식혀서 물로 응축시킵니다. 수증기를 식히는데 사용된 냉각수를 다시 구룡강으로 방류하게 되는데, 이것을 위성에서 보고 5메가와트 원자로의 가동 징후로 판단하는 겁니다.″

원자로를 가동하려면 연료인 우라늄을 이 길쭉한 봉 즉 핵연료봉 속에 넣고 가열시켜야 합니다.

한 번에 사용되는 연료봉은 8천 여개, 다 연소되고 남은 폐연료는 방사화학실에서 재처리합니다.

여기서 바로 핵무기 1-2개 분량의 플루토늄 6-8KG 나오는 겁니다.

이번에 5메가와트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두 시설이 모두 가동됐다는 것은, 실제 핵무기 원료가 생산된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전봉근/국립외교원 교수]
″현재 북한에는 핵무기 50개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있고, 영변의 플루토늄 재처리를 하거나 영변 핵 흑연감속로를 가동한다면 거기에서 나오는 무기용 핵물질이 연간 1개 정도가 나옵니다.″

영변 핵 시설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핵연료 가공공장, 폐기물 저장고, 미사일 운반 수단, 연구단지 등 400개 가까운 시설이 들어선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0년 영변을 직접 찾았던 미국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까지 목격했습니다.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2010년]
″원심 분리기 2천 개로는 발전용 연료 2년치 또는 핵폭탄용 고농축 우라늄 40kg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영변 핵시설에 집중됐습니다.

북미회담과 6자회담 등을 통해 핵시설을 동결하고, 불능화하고, 심지어 더 이상 원자로를 가동하지 않겠다며 냉각탑을 폭파하기까지 했지만 번번히 후속 핵합의가 결렬되면서 여전히 영변의 핵활동은 간헐적으로 지속돼 왔습니다.

북미-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이 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노딜′의 원인도 따지고보면 ′영변′때문이었습니다.

영변 비핵화의 가치에 대해 북-미 양측의 이견이 너무 컸던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 일부 해제의 대가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변에 더해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2019년]
″영변 핵시설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우리 측에서 요구하는 것에 충분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기사에 나오지 않은 공개되지 않은 그런 다른 시설들이 있습니다.″

북핵 전문가들도 영변의 가치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먼저 영변이 중요한 핵시설이긴 하지만 30년이 넘는 작고 노후화된 시설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상민 국방연구원/북한군사연구실장]
″시설이 많이 낡고 불안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벌써 폐기했어야 하는 시설입니다. 5메가와트 원자로를 재가동해서 핵물질 생산에 기여하는 부분은 사실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지역의 핵 시설들과 미사일 등 핵운반 무기 등을 포괄할 때 영변의 비중을 너무 크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이상민/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영변이 북한 핵개발의 중심에 있는지는 은닉시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핵물질의 생산이 은닉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다면 영변 핵 시설의 가치가 낮아질 수도 있다고″

하지만 영변 핵시설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전봉근/국립외교원 교수]
″연간에 핵무기 1개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지속적으로 만드니까, 1개라도 없애는 게 중요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핵과 관련한 연구개발 활동의 주력은 영변시설이거든요.″

영변을 수차례 방문한 핵 전문가 해커 박사는 ″영변이 낡았지만 여전히 위력적″이라면서 ″북한 핵 능력에서 영변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80%에 달할 것″이라고까지 말합니다.

특히 수소폭탄 등 핵무기 연구 개발 활동이 바로 영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전봉근/국립외교원 교수]
″수소폭탄을 만들 경우에는 플루토늄 그리고 고농축 우라늄, 다양한 소량 핵물질이 필요한데 그런 소량의 핵물질은 아마 영변 핵단지 내에서 만들어낼겁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자기들이 수소폭탄이나 증폭 핵폭탄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요소를 영변에서 만들어내는 거죠.″

그래서 2019년 하노이 북미협상에서 영변 폐기 카드를 받아들이지 않은 건 잘못된 선택이라는 평가도 잇따랐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같은 고강도 도발 대신, 영변에서 핵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이를 북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평가됩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영변을 가동을 하면 북한의 핵물질이 증가하고 핵능력이 확대되기때문에, 바이든 정부와의 비핵화 대화의 본격화에 앞서서 영변의 협상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영변의 핵활동을 우려하면서도 이를 풀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젠 사키/미 백악관 대변인]
″최근 알려진 활동을 다룰 수 있도록, 우리는 비핵화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있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내민 영변 카드를 한미 양국이 비핵화 협상의 고리로 받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30년간 제자리를 맴도는 비핵화 협상이 이번에는 영변의 높은 문턱을 넘어 궤도로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